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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총기協 "소송봉쇄" 법안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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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총기協 "소송봉쇄" 법안 추진 논란

입력
2003.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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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총기 옹호 단체인 전국총기협회(NRA)가 입법을 추진중인 새 법안을 둘러싸고 미국 내에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새법안은 총기 사건의 피해자나 가족들이 해당 총기를 제조 또는 수입, 판매한 회사를 상대로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총기 제조사 등 옹호론자들은 현재와 같이 각종 관련 소송을 방치할 경우, 범죄자가 불법적으로 사용한 총기 때문에 멀쩡한 회사가 도산에 이를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법안이 통과되면 무기 보관을 소홀히 한 제조사나 흉악범에게 암묵적으로 무기를 판매한 소매상들을 처벌할 수 없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난해 미국 워싱턴 일대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던 '스나이퍼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들에게 총기를 판매한 타코마의 판매상을 상대로 현재 계류중인 손해배상 소송도 효력을 잃게 된다.

현재 공화·민주 양당 하원의원 가운데 3분의2가 새 법안 통과에 찬성하고 있으며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52명이 이 법안을 후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법안 통과는 기정사실화한 실정이다.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서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 소유가 시민 자유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미국에서 이 법안이 새삼 논란이 되는 이유는 총기 관련 로비단체들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에 의해 법률제정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NRA를 비롯한 전국총기스포츠협회, 미 최대 총기 제조사 스미스앤드웨슨, 레밍턴사 등 각종 총기옹호 단체들이 특정 의원을 총기 반대론자로 지목하는 순간, 재선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은 미국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총기 소유권을 주장하는 활동가들이 대부분 지역 사회에서 목소리가 큰 보수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년 수백만 달러를 들여 총기권 보장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전통적으로 반대성향을 보여온 의원들에게 접근, "법안 통과를 위해 힘써주면 재선을 방해하지 않겠다"며 은근한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1999년 학생과 교사 13명이 숨진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총기 규제 여론이 잠잠해진 것도, 2000년 대선에서 총기반대 성향의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고향 테네시주에서조차 부시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유도 이들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거로 움직이는 민주사회에서 여론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특정 로비단체가 사회적 규율을 좌지우지하는 데 대해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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