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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맛 있어야 경기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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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맛 있어야 경기도 본다

입력
2003.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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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잠실야구장에서 공식적으로 맥주판매가 시작되었다. 시원한 생맥주가 아니라 아쉽지만 매출을 주도하는 상품을 팔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맥주의 판매허용여부는 경기장 임대조건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국내에는 아직 비교 자료가 없지만 미국의 경우 맥주를 판매하는 경기장과 팔지 않는 경기장의 매출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구매력보다 맥주판매 허용여부가 매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스포츠시설을 포함한 관람시설의 총수입중 약 28%가 식음료에 의한 것인데 그 가운데 맥주가 35%∼5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또 같은 수의 관중이 입장하더라도 맥주를 판매하지 않는 경기장의 매출은 판매하는 경기장의 35%미만에 머문다. 미국의 매점 사업자들이 계약을 하기 전에 가장 중시하는 자료가 관중1인당 맥주소비량인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사실들로 미루어 볼 때 맥주는 잠실야구장의 매점사업권자에게 효자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복잡한 계약체계가 단순화되고 체계적으로 운영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구단재정의 일익을 담당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잠실야구장 맥주판매를 계기로 경기장 매점사업을 활성화시키려면 1987년에 개장되었던 조 로비구장과 핫도그, 팝콘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메이저리그 플로리다 말린스의 조 로비구장은 웨이터와 웨이트레스의 서비스에 미식가들의 기호에 맞춘 샌드위치부터 고급요리까지 파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매점사업을 시도했던 곳이다.

물론 시설수준에 걸맞는 메뉴가 준비되어야 하겠지만 검토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또 국내 경기장 매점에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물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핫도그'나 '팝콘' 같은 100년 역사를 가진 먹거리가 아직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국내 경기장에서도 미식가의 입에 맞는 고급메뉴와 싸면서도 누구나 즐길수 있는 먹거리를 팔다보면 보는 재미에다 먹는 즐거움때문에 팬들이 늘지도 모를 일이다.

몇해 전부터 "영화상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입장료로 충당하고 매점수입을 이익으로 남긴다"는 미국 영화관 사업자의 말이나 "입장료와 광고수입으로 대회운영 비용을 충당하고 식음료 및 기념품 판매로 이익을 창출한다"는 자동차경주 주최측의 말이 빈말은 아닐 것이다. 잠실야구장의 맥주판매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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