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아시아의 양대 핵 보유국이자 앙숙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화해조짐을 보이고 있다.파키스탄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인도가 같은 조치를 취한다면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8년 이후 경쟁적으로 핵 폭탄 실험과 미사일 개발 경쟁을 벌여왔던 양국의 관계에 비추면 매우 파격적인 제안이다.
이 제안은 올들어 양측이 단계적으로 내비쳐온 화해 제스처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신뢰성에 무게가 실린다. 올 초 양국은 국경에 증강 배치됐던 병력을 상호 철수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달 말에는 파키스탄이 인도에 총리 상호방문과 현안문제 논의를 제의했다. 더욱이 이 달 2일 양국은 3년 만에 외교관계 정상화 의지까지 천명했다.
양국은 2001년 12월 인도 의회 의사당이 테러공격을 받은 후 외교관계에 파행을 맞았다. 당시 인도는 테러가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은 테러조직에 의해 자행됐다며 파키스탄 주재 대사를 소환했다. 올해 2월에는 카슈미르 분쟁을 둘러싸고 대리대사까지 서로 축출해 사실상 외교단절 상태를 맞았다.
파키스탄의 핵 폐기 및 서남아시아 비핵화 제안 배경에는 미국의 압력이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CNN과 BBC 방송은 5일 양국의 화해 움직임은 이번 주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의 양국 방문과 연관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이라크전 종전으로 미국이 서남아시아 외교에 보다 유연성을 갖게 됐다는 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은 98년 양국의 핵 실험 후 경제제재를 단행했지만 2001년 9·11 테러 이후 대 테러전 수행을 위해 제재를 해제함으로써 핵 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전술적 후퇴가 이라크전 종전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양국의 화해 움직임이 결실을 맺을 것으로 낙관하기는 이르다. 무엇보다 1947년 이후 양국간에 2차례의 전쟁을 유발했던 카슈미르 분쟁이 아직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핵 폐기에도 난관은 많다. 파키스탄은 핵 보유 명분을 인도 견제에 두지만, 인도는 중국 견제를 내세우고 있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배연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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