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구 체제의 국정원이 국민과 약속한 개혁의 요체는 간단하다. '탈 정치화'와 '탈 권력화'를 제대로 하면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 등 정치권의 이념공세에도 불구, 고 원장과 서동만 기획실장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이는 국정원의 개혁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TV토론에 나와서는 "국정원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국정원을 권력기관에서 순수하게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보기관으로 되돌려 놓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러자면 실패한 개혁의 선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무엇 때문에 국정원 예산이 집권당 선거자금으로 동원됐으며, 간부들이 잇단 게이트에 연루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정치사찰 공방에 시달리는 등 어두운 이미지를 탈색 못한 원인도 반성해야 한다.
국정원은 노 대통령의 방미 출국(11일)에 앞서 개혁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권력기관으로 활동하기 십상인 국내파트를 대폭 줄이고 해외와 경제파트를 강화해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게 골자일 것이다. 수시로 불거져 나오는 정보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기강을 다잡고, 조직의 병폐인 권력 줄서기를 발본색원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돼야 마땅하다.
정치권은 국정원의 개혁을 지켜본 뒤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옳다. 한나라당은 원장사퇴 권고안에 이어 국정원 폐지와 해외정보처 신설을 골자로 구체안 마련을 위해 특별팀까지 구성했다. 국정원을 정치에 오염시킨 것은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여권은 정권 보위수단으로 이용하려 했고, 야당은 집권 가능성을 앞세워 줄서기를 조장 해 왔다. 국정원이 스스로 환골탈태에 나선 지금 야당의 정치공세는 성급한 인상이 없지 않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