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내가 만약/ '코미디 하우스' 주인이라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내가 만약/ '코미디 하우스' 주인이라면

입력
2003.05.06 00:00
0 0

웃음을 ‘만국 공통어’라고들 하지만, 웃음의 취향은 식성만큼이나 제각각이다. 제 딴에는 작정하고 농담을 던졌는데 웃기는커녕 창피만 당해본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남과 더불어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거리’를 찾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요즘 TV는 ‘전 연예인의 코미디언화’를 외치기라도 하듯 시청자를 웃기지 못해 안달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안달에 맞장구를 치며 열광하는사람은 대개 10ㆍ20대이다.

즉흥개그와 말장난에 밀려난 정통 코미디의 명맥을 어렵게 이어온 MBC ‘코미디 하우스’가 폭 넓은 시청자층의 웃음보를 간질이며 인기를 높여가고 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이 프로의 압권은 통렬한 세태 풍자. 대선 후보토론회를 패러디해 화제가된 ‘3자 토론’의 배칠수(노무현) 박명수(이회창) 김학도(권영길)는 표정까지 흉내내는 능청스런 성대모사로 이라크전쟁, 국정원장 임명 논란 등핫 이슈를 맛깔스럽게 풍자해 박수를 받고 있다.

박명수의 말처럼 “우리나라 코미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자부할”만하다. ‘등급동화’의 박희진도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어른’ 세계의 시커먼 속을 들춰보이며 새로운 풍자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팝송과 판소리의 만남이란 기발한 아이디어와 김수미의 열창이 어우러진‘팝소리 한마당’, 최양락의 ‘역사뉴스’ 등 실험성 짙은 퓨전 코미디도신선하다.

시청률은 10%를 밑돌지만 호평을 받은 덕에 지난 주부터 토요일 저녁 7시로 옮겨지는 행운도 잡았다. MBC 코미디가 주말 황금시간대에 둥지를 튼것은 ‘웃으면 복이 와요’ 이후 20여년 만이다. 집도 구석구석 손봤다.

‘3자 토론’에 ‘몽’(정몽준) 후보를 새로 등장시키고 MBC에서 방송 중인 같은 제목의 대만 드라마를 패러디한 ‘꽃보다 남자’, ‘브레인 서바이버’를 살짝 비튼 ‘NO 브레인 서바이버’, 영화의 유명 장면을 패러디한 변사 배칠수의 ‘1인 극장’을 신설했다. 이번 주엔 SBS ‘백만달러!초능력자를 찾아라’를 본뜬 코너를 선보인다.

그런데 지난 주 집들이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집터(시간대)도 좋고 기둥(간판코너)도 튼튼해졌는데 새로 꾸민 건넌방 문간방 등이 죄다 똑같은 모양새(패러디)인 탓이다.

아무리 패러디로 한몫 잡았다지만 잘 나가는 큰집, 이웃집 인테리어를 본떠 새 집 구석구석을 치장한 것은 좀 심했다. 아무리 맛 좋은 음식도 자꾸내놓으면 물리는 법인데….

내가 만약 ‘코미디 하우스’의 주인이라면, 처음에는 좀 어설퍼 보이더라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 집을 꾸미고 조금씩 다듬어가겠다.

조혜련과 서경석이 콤비를 이뤘던 ‘울엄마’, 시트콤보다 산뜻했던 ‘테마게임’ 등의 계보를 잇는 코미디극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서히 달아오르는 TV 3사의 코미디 대전에서 나름의 영토를 확보, 장수프로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길이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

이희정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