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에 특정 외국어만을 사용하는 '외국어 특구'가 인기를 끌고있다.서울대 두레문예회관에 지난해 11월 들어선 불어 카페 'Le Bistro'는 불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의 어학실습장으로 자리잡고있다. 불어로 '선술집'이라는 뜻의 이 까페에는 매일 30∼40명의 학생들이 찾아와 불어로 대화를 나눈다.
운영지기 김신애(24·교육학과 석사과정)씨는 "매주 화요일에는 신문이나 잡지 기사를 보고 시사토론을 진행하고 수요일에는 자유토론 시간을 갖는다"며 "불어를 잘하거나 프랑스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학생 모두 자유롭게 불어를 말하고 배운다"고 소개했다.
지난 주 시사토론에서는 '아이를 갖지 않는 사람들'을 주제로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벼운 불어노래 교습시간이 마련되어 있는가 하면 초보자들을 위한 스터디도 진행되므로 불어에 능숙하지 않아도 문제는 없다.
카페 회원으로 현재 인류학과에서 논문을 준비중인 프랑스인 세브린 까로스(26)씨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 측에 지원을 요청했다"며 "프랑스 영화 상영 및 강연 등을 통해 학내에서 작은 프랑스 문화원의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2001년 5월 학부생을 대상으로 '대학영어'를 가르치던 교포 출신 영어 강사 크리스 리씨가 개설한 영어 카페도 성업중이다. 처음엔 대학영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인문대 휴게실에 둥지를 텄던 이 카페 역시 현재 두레 문예회관에 자리를 잡아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쉬어가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영자신문과 영어책자가 비치돼 있는 동아리방에는 '발룬(volunteer의 약어)'이라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이 상주하고 지도 교수인 영문과 이은경 교수가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회원 정다빈씨는 "강의가 없는 시간에 잠시 짬을 내 들러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며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연세대 글로벌 라운지는 지난해 이 대학이 총 13억원을 지원, 학생회관 옆 단층건물에 총 200여평 규모로 멀티스크린과 TV, 글로벌 맵 등을 갖추어 만든 휴게실이다. 음식 판매대 직원 모두 영어를 사용하는 이 곳에선 출입 학생들이 한국어를 사용할 경우 경고를 받고 3번 이상 경고를 받으면 퇴장을 당하는 등 엄격한 룰이 적용된다.
연세대 관계자는 "한국 학생의 외국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만 여러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충남 천안의 선문대도 올해부터 기숙사를 영어·일어·중국어·스페인어 등 5개 언어구역으로 나눠 구역별로 해당 외국어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외국어존'을 운영,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어존에서는 매주 한 차례 외국인 학생과 국내 대학생들이 어울려 소그룹 토론 및 세미나를 열고 양국간 활발한 친선활동도 벌이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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