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것이 즐겁다.' 마라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국내 마라톤 인구는 줄잡아 200만명. 크고 작은 마라톤대회가 128개에 달하고 직장과 지역 중심의 각종 온라인 동호회는 전국적으로 800여개에 이른다.그러나 가속도가 붙은 마라톤 인구의 확산과는 달리 안전 의식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잘못된 주법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심지어 마라톤 대회 참가 도중 목숨을 잃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생기고 있다. 마라톤 칼럼니스트 선주성씨는 "준비 안된 마라톤만큼 위험한 스포츠는 없다"며 "반드시 대회 참가 전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달려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건달주법'부터 배워라
무작정 뛴다고 몸에 좋은 것은 아니다. 건강한 달리기(건달)를 위해 올바른 주법부터 익히는 것이 필수다. 주법이 잘못되면 즐겁고 편안해야 할 달리기는 고역으로 바뀐다. 몸 전체를 부드럽게 하는 것은 기본. 머리 목 어깨를 지면과 수직에 가깝게 꼿꼿하게 세우고 70∼80m 앞을 보며 달려야 중력을 덜 받고 몸의 균형도 유지할 수 있어 발의 착지가 훨씬 부드럽고 가벼워진다.
발은 뒷꿈치부터 땅에 닿는 것이 좋다. 뒷꿈치가 먼저 지면에 닿은 후 신발 바닥면이 지면에 소리없이 스치듯 닿고 나서 앞꿈치를 밀어 발이 떨어지게 해야 한다. 팔 동작은 겨드랑이에 주먹하나 들어갈 공간을 만든 다음 주먹을 가볍게 쥐고 손날이 아래로 향하게 해서 엉덩이뻐를 가볍게 스칠 정도로 허리높이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팔 동작은 주로 등 뒤쪽에서 움직이고 앞쪽으로는 적게 나오는 것이 좋다. 호흡은 입보다는 코로 들이쉬도록 습관을 들이고 호흡 속도는 두 스텝에 들이 쉬고 두 스텝에 내쉬도록 한다.
눈높이 마라톤
마라톤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먼저 걷기 운동부터 첫걸음을 떼야 한다. 몸이 뚱뚱한 경우에는 3∼4개월 꾸준한 속보를 통해 살을 빼고 다리 근육을 강화한 뒤 달려야 뒤탈이 없다. 착지하는 순간 한쪽 발에 실리는 무게는 체중의 2.3∼2.8배에 이른다고 한다. 의욕만 앞서 마라톤에 나설 경우 과체중으로 오히려 무릎에 통증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이동윤(마라톤 동호회 '달리는 의사들' 회장)씨는 "비만인들은 달리기보다 빨리 걷기가 훨씬 효과적인 운동"이라며 "의욕만 앞선 무리한 달리기는 약이 아닌 독"이라고 지적했다.
연령별로도 주의가 필요하다. 어린이들은 성장에 장애를 줄 수 있어 10세 이하는 3㎞, 12∼13세는 5㎞, 14∼18세는 10㎞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한창 성장기에 10㎞가 넘는 달리기는 뼈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42.195㎞ 풀코스 도전은 성장이 멈추는 20대 중반께 해야 무리가 없다.
무엇보다 마라톤 사망사고의 대부분이 심장마비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주행거리가 길수록 엔진고장을 감안한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동맥경화 등 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갑자기 심장에 부담을 주는 운동을 하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마라톤 완주 후 5∼10분간 천천히 걷거나 뛰면서 몸을 정상상태로 되돌려야 한다"며 특히 "달리기 도중 어지럼증이나 가슴 통증이 있었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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