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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S/中企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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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S/中企명암

입력
2003.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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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륙을 휩쓸고 있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갖가지 호재와 악재를 쏟아놓으면서 중소기업들간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사스로 인해 무역 및 인적 교류가 끊기면서 막대한 손해를 보는 기업들이 속출하는 한편, 중국 현지의 비상사태로 반사이익을 얻는 수출 기업들도 적지 않다.

사스 덕분에 '희색'

조명기구용 전기부품을 생산하는 인천의 N전자는 본래 이달 실시예정이던 중국강제인증제도(China Compulsory Certificate·CCC)가 8월로 전격 연기되면서 큰 손실을 면하게 됐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신설한 CCC는 미국의 'UL'이나 유럽의 'CE' 같은 정부의 공산품 품질 인증제도로, 중국 수출품의 의무사항이다.

N전자는 4월 초에야 CCC 인증 획득에 나섰다. 이 회사 박신우(43) 총무실장은 "보통 인증까지 3개월가량의 시일이 걸리므로 7월까지 중국 수출이 중단돼 30만달러의 손해를 입을 뻔 했지만 사스 덕분에 시간을 벌게 됐다"고 말했다.

어린이용 봉제인형을 만드는 시흥의 K사는 때아닌 '사스 호황'을 맞고 있다. 중국 제품에 밀려 2000년부터 끊겼던 해외바이어들의 발길이 다시 잦아지면서 지난달에는 평소의 세배 가까운 29만달러 어치의 물량을 따냈다.

5월에는 벌써 8건의 수출 상담이 예약되어 있다. 이 회사 유 모(57)사장은 "그동안 중국 회사에 뺏겼던 거래선들이 돌아오고 있다"며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봉제 인형 특성상 중국산 제품에서 사스 바이러스가 묻어올까 걱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연수생 입국 연기로 인력난 가중

사스로 인한 시름도 만만치 않다. 우선 4∼5월 중 예정된 2,000여명의 산업연수생 입국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난이 우려되고 있다.

중장비용 주물 부품을 생산하는 부산 M금속의 경우, 이달초 입사 예정이던 5명의 중국인 산업연수생이 사스로 발이 묶이면서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

인력 보강으로 설비가동율이 올라갈 것을 예상하고 미리 따놓았던 납품 물량의 공급이 어려워져 거래처에 신용만 잃게 됐다.

M금속 관계자는 "언제 올지 모르는 사람을 막연히 기다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불법 체류자를 고용할 수도 없어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주로 중국, 동남아시아등 인근 국가의 패키지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중소관광업계는 사스 창궐의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을지로1가의 중국전문여행사 C사는 4월 중순부터 14명의 직원이 전원 무급휴가를 내고 당직 인원 1명만 출근하고 있는 중이다.

이 회사 신 모(48)사장은 "3월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서너팀은 여행을 떠났지만 4월 초에는 절반이하로 줄었고, 4월 중순이 지나면서는 아예 문의도 없다"고 말했다.

무역업무 마비로 인한 수출 중소기업의 타격도 크다. 최근 중소기업청의 집계결과, 수출 비중이 높은 부산· 경남 지역 중소기업만해도 벌써 총 25개 업체에 500만달러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냈다.

바이어의 방문취소(13개 업체 276만달러)나 상담중단(10개 업체 133만달러)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 중기청 관계자는 "아직 사스로 인한 손익을 계산하기는 이르지만 피해 예상 업종을 중심으로 자금 지원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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