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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눈치 안보는 "멋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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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눈치 안보는 "멋진 신세계"?

입력
2003.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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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앞의 남녀가 서로 끌어안고 뜨거운 키스를 하고 있다. 나는 옆 자리의 제자에게 물어본다. "좀 심한 것 아니야?" "아니 뭐 지하철에서 키스하지 말라는 법 조항이 있나요? 특이하고 좋지 않습니까?" 하긴 가만히 생각해 보니 경범죄처벌법에 이와 비슷한 것은 있어도 딱히 키스하지 말라는 조항은 없는 것 같다. 나는 '쉰세대'의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조용히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지하철역에서 내려 은행에 가니 이게 웬일인가. 벗은 윗몸에 온통 용(龍) 문신을 한 직원이 찢어진 가죽바지를 입은 채 선글라스를 끼고 앉아 있다. "아니 언제부터 은행 직원 옷차림이 이렇게 됐나요?" 바보 같은 질문을 한 나는 "일터에서 각자가 편한 옷을 입고 열심히 일하겠다는데 뭐가 잘못되었습니까?"라는 그의 자신에 찬 대답에 다시 한 번 이 시대의 '코드'에 따르지 못한 나의 잘못을 깊이 반성한다.

이렇게 번번히 자신을 타일렀건만 그날 오후 어느 지방대학교 강의에 가서는 매우 노출이 심한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수업에 들어온 여학생을 보고 놀란 나머지 부득이 또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업 시간에 들어올 때는 복장을 단정히 해주세요." 그러자 그 학생은 정색을 하며 내게 따진다. "선생님은 왜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터무니 없는 권위의식에 사로 잡혀 있나요?" 나는 그 학생의 조리 있는 말에 쩔쩔 매면서 겨우 이렇게 해명한다. "그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좀 생각해 달라는 것이지요" "왜요? 제 옷 제가 마음대로 못 입나요? 제 옷이 선생님 마음에 안들 수도 있지만, 자신과 다른 생각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비키니 입고는 수업에 들어 올 수 없다는 학교의 규정도 없지 않습니까?"

생각해 보니 다 맞는 말이다. 게다가 교실 여기저기에서 "학생이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것인데 '쉰 세대'가 너무 인색하다." "통속적 권위주의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것보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소리가 들려 온다.

이쯤 되면 명색이 법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알겠어요. 미안합니다." 그 날 집에서 나는 그 대학 총장님에게 이메일을 쓴다. "총장님, 저 다음 학기부터는 반바지입고 강의해도 되겠지요?"이 정도면 눈치보지 않는 멋진 신세계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마음 약한 나는 그 이메일을 아직도 보내지 못하고 있다.

김 형 진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TLBU) 교수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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