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방송법 개정을 계기로 2기 방송위원 인선에 쏠린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 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국회가 방송위원으로 추천할 방침인 일부 인사의 '자격'을 걸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거듭되고 있다.개정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위는 청와대가 3명, 국회가 6명을 추천해 9명으로 구성한다. 국회 추천은 의장이 교섭단체와 협의해 3명, 문화관광위가 3명을 각각 추천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나라당 3명, 민주당 2명, 자민련 1명을 추천한다. 국회는 2일 방송위원 추천을 매듭짓기로 했으나 한나라당이 몫 3명 가운데 2명이 확정되지 않아 일정이 연기됐다.
현재 청와대 추천 몫의 3명으로는 노성대 전 MBC 사장, 조용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대표), 유숙렬 문화일보 전문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중배 전 MBC 사장, 한승헌 변호사, 백낙청 시민방송 이사장 등은 나란히 1순위 후보였으나 워낙 고사가 완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언론특보를 지낸 양휘부씨, 민주당은 성유보 민언련 이사장과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를 추천키로 내부적으로 결정한 상태다. 이중 노조 등이 문제 삼는 것은 양씨와 이 교수. 방송위 노조는 지난달 30일과 2일 잇따라 성명을 내고 "이 교수는 방송위원회를 정부 조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 '방송의 독립'이라는 방송위 출범 취지를 부정해 왔으며 양씨는 서동구 전 KBS 사장과 마찬가지로 대선 당시 특정 후보의 언론특보를 지내 정치적 독립성 최우선 요건인 방송위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2일 국회 문광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를 방문, 내정 철회를 촉구한 데 이어 6일부터 노조 사무실에서 철야농성을 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들이 임명될 경우 출근저지 투쟁은 물론, 파업도 불사할 방침이어서 조만간 2기 방송위가 구성돼도 상당기간의 파행 운영이 우려된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방송위원을 여야가 나눠먹도록 한 현행 제도가 이 같은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꼽는다. 1기 방송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도 전문성과 소신, 개혁성 등을 검증할 수 없는 선임 절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국회는 지난달 30일 방송위 상임위원을 4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이중 2명을 야당에 할당하도록 방송법을 개정, 방송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기대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김도환 방송위 노조위원장은 "국회는 지금이라도 개정 방송법을 철회하고 공개추천 등 공정하고 투명한 검증 절차를 도입해 방송위가 밀실·정실 인선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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