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승리로 미국 신보수주의자들(매파)의 주가가 올라가자 관심이 이들의 사상적 원류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뉴욕 타임스는 4일 유대계 정치철학자 레오 스트라우스(1899∼1973년·사진) 전 시카고대 철학 교수가 신보수주의자들의 사상적 비조로 인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의 대표적 신보수주의자인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과 리처드 펄 국방정책위원 및 신보수주의자들의 아성으로 통하는 미국기업연구소(AEI) 소속의 많은 연구원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월포위츠 부장관과 펄 위원은 스트라우스에게 큰 영향을 받은 앨버트 월스테터 전 시카고대 교수의 문하생이다. 수학자이자 군사전략가였던 월스테터 교수는 정밀 유도 폭탄을 사용하는 제한적 소규모 전쟁과 이를 통한 새로운 억지전략 개념을 제기한 바 있다.
베스트셀러였던 '미국 정신의 종말'로 신보수주의 전파에 기여한 앨런 블룸 시카고대 교수 역시 스트라우스에 사상적 맥이 닿아 있다. 이들은 스트라우스주의자(Straussian)로 불리며 행정부와 언론계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스트라우스의 사상은 '강자는 자연적으로 지배할 권한을 갖는다'는 그의 주장에 함축돼 있다. 이들은 또 '서방이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억지력은 서방의 막강한 군사력에 대한 독재자의 두려움'이라는 그의 가르침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스트라우스 학파의 인터넷 사이트(www.straussian.net)와 뉴욕 타임스는 신보수주의자들이 그의 사상을 편협하게 이해하고 있다며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실제로 스트라우스는 "야만적인 적에 대항해 서구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것은 자연권이지만 여기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간은 이민족보다는 동족의 지배를 받는 것을 좋아한다며 외국 점령에 수반되는 위험을 환기시켰다. 특히 승자는 자신의 가치를 교육하거나 전파할 의무는 있어도 강요할 권리는 없다고 말해 오늘날 신보수주의자의 지향과는 다른 주장을 제시했다.
독일 태생인 스트라우스는 철학을 전공한 뒤 1932년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이주, 1949∼67년 시카고대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역사를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역사주의에 반대해 그리스 정치철학 고전을 저자의 관점에서 읽고 이해할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철학의 정치적 속성에 대한 강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21세기에 들어와 '매파 문하생들'이 그의 사상을 패권 추구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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