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남1녀 모두 출가시키고 아내와 둘이 사는 67세 남자입니다. 퇴직금과 약간의 저축, 작은 집 한 채로 어려움 없이 살다가 3년 전 작은 아들이 부모를 모시겠다고 해 큰 아들도 양해해서 제가 아파트를 늘리는 돈 1억원을 부담하고 큰 데로 합쳐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내다 보니 문제들이 생겼고, 특히 며느리의 시부모 대함이 예전만 못해져 자식과 의가 상할까봐 둘이 다시 나와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둘째네가 집 늘릴 때 낸 제 돈을 돌려주지 않아요. 부자간도 돈 계산이 정확해야됨은 물론 장차 우리도 생활비가 필요한데 앙금 없이 되돌려 받을 방법이 없을까요?(서울 염창동 김씨)
경우 바르게 사시려는 자세로 미루어 볼 때 선생께서는 평생 큰 재산을 모으시지는 못하셨을 분이군요. 자립하면서 자식들을 공평히 대하고 부모자식간 사랑유대도 허물지 않으려 애쓰시는 모습에 존경이 갑니다.
제 생각엔 선생께서 좀 손해를 보시고 작은 아들에게서 1억원이 아닌 5,000만원만 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둘째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님이 나가신 후 다시 작은 아파트로 이사간다고 가정할 때 오가는 이사비용과 집수리비용이 2,000만원, 3년 동거기간에 선생 부부 생활비로 3,000만원이 들었다고 후하게 쳐서 그 비용을 뺀 액수입니다.
이런 말씀을 부부께서 두 아들이 있는 자리에서, 예컨대 제삿날, 생신날, 명절날 모이는 자리에서 딱 부러지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서 자식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자립하려니 생활비가 걱정되어서라는 말씀도 정직하게 하십시오.
잔뜩 긴장했던 둘째는 탕감에 감격할 것입니다. 그도 처음부터 나쁜 의도가 아니었을 것이고, 시부모를 모시는 자기 아내를 예전처럼 쉽게 조정을 못해서 사태가 악화되었을 것입니다. 그도 큰 아파트에 그대로 눌러앉았으니 득이 되었고, 또 그 사이 집 값 마저 올랐으니 은행에서 꾸어서라도 갚을 것입니다.
둘째 며느리 입장도 안색을 바꿀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큰 이익이 없는 한 며느리로서 건강한 초로기 시부모 모시기를 달가워하겠습니까? 집 몇 평 더 늘린 것이 작은 며느리로서는 사생활 포기, 고부간 안살림 패권다툼, 체면이 깎인 큰 동서와의 어색해진 관계를 무릅쓸 만큼의 이익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선생과 둘째네와의 서먹함은 이제 체면이 선 큰 아들 내외가 눈치채고 잘 중재할 것입니다. 선생께서도 그냥 두셨던 집의 값이 그간 올랐으니 전체로는 큰 손해가 아니셨어요. 생활비 상승률보다 집값 폭등으로 사방에서 난리이지 않습니까?
/서울대의대 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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