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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의 스톡워치 / "기술적 분석" 편견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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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의 스톡워치 / "기술적 분석" 편견 버려라

입력
2003.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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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차를 타고 사거리를 뱅뱅 돌고 있었다. 교통 경찰관이 다가가 물었다. 왜 사거리를 뱅뱅 돌고 있냐고? 그러자 그 남자가 대답했다. "지금 좌측 깜박이가 켜져 있거든요." 누구든지 이 조크를 들으면 남의 얘기라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웃을 것이다.그러나 사실 그리 멀리에 있는 전혀 다른 사람의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좌측으로 돌 일이 있어서 좌측 깜박이를 킨 것이지 깜박이가 켜져 있기 때문에 좌로 도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 분석에서도 비슷한 오류가 가끔 생기곤 한다. 누군가 어떤 종목의 매수 추천 이유로 "골든 크로스(golden cross)가 나타났다"고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증권시장에서 이런 식의 얘기를 너무 많이 듣기 때문에 이제는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주가가 올랐기에 골든 크로스가 나타난 것이지 골든 크로스이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 무언가 좋은 일이 생겨서 주가가 그 호재를 반영하여 올라가는 도중에 생긴 골든 크로스라는 현상은 단지 신호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골든 크로스가 데드 크로스(dead cross)라는 말보다는 듣기도 좋고 또 확률상 나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강세장에서 그렇다는 얘기이고 약세장에서는 차라리 데드 크로스 발생 종목이 단기적으로 더 수익률이 높더라는 경험칙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약세장에서는 단기 투자가 대세를 이루므로 골든 크로스가 날 정도로 주가가 오르면 그 때가 조정이 시작되는 시점인 경우가 많고 반대로 강세장이라면 일단 골든 크로스가 발생하면 상승 모멘텀이 생겼다는 호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기조가 강세장인지 약세장인지 확실히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걸 안다면 기술적 분석이 따로 필요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주가가 지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 핵 문제와 달라진 한·미관계가 증시의 상승 분위기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보니 기술적인 판단이 앞서기 쉽다. 그렇지만 횡보 국면은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준비기간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좌측 깜박이가 켜졌기 때문에 좌회전한다'는 식의 편견을 버리고 지나치게 낙관하지도, 그렇다고 비관에 쏠리지도 않는 유연한 자세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변화를 한 발 앞서 포착할 줄 아는 혜안만이 혼돈스러운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용한 기술적 수단이 될 것이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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