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이 섹시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도도함까지 묻어 나온다. 그런데 예쁘기만 한 치아의 어디가 불만인지 인터뷰 내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조심조심 말하던 그의 모습은 TV에 비친 것과는 영 딴판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그가 섹시한지를 잘 알 수 없게 돼 버렸다.그의 모든 노래가 박진영이 전파하는 '섹스 코드'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데뷔할 때만 해도 그저 손발을 흔드는 수준의 춤을 추며 귀엽게 '하늘색 꿈'을 부르던 박지윤이 '성인식'에서 시작해 최근의 '할 줄 알어?'에 이르면서 어느새 섹시한 이미지에 묻혔지만 그의 앨범에는 180도 다른 러브송이 항상 담겨 있다. '그대 그리고 사랑'(4집) '난 사랑에 빠졌죠'(5집) 등이다.
그가 'DJ'의 후속곡으로 부르려다가 "학업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활동을 접는 바람에 TV에서는 들어볼 수 없었던 '여자가 남자에게 바라는 11가지'도 같은 유이다.
섹시하고 도도해 보이기만 하던 그가 갑자기 '내가 바라는 몇 가지'를 내 놓으며 귀여움을 떤다. 노래 속의 열한 가지를 살펴보면 하루 3번 이상 전화하기, 니 하루를 내게 보고하기, 나 아플 땐 나보다 더 아파하기, 20분쯤 늦어도 절대 화 안내기, 피곤해도 집까지 바래다주기, 지갑 속 내 사진 꺼내서 입맞추기 등등…. 노래의 시작은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친구들은 끊임 없이 애인 전화가 걸려오는데 '너한테는 왜 안 오느냐'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였다.
충분히 섹시하고 당당한 여자도 강한 남자 앞에서는 약해진다. 최근 새 앨범을 낸 마돈나가 좋은 예이다.
뮤직 비디오에는 뭇 남성들을 당당하게 휘어잡는 모습과 남성적 매력이 철철 넘치는 남자에게는 이상하리만치 복종하는 모습이 혼재한다. 실제 생활에서도 애인이나 남편과 잠시만 통화가 안 되면 '왜 전화 안 받아? 내가 지금 갈까?'라며 노예 근성을 보인다지 않는가.
그럼 박지윤의 노래는? '할 줄 알어?'가 어리숙하고 순진한 남자를 향한 노래라면 '여자가 남자에게 바라는 11가지'는 분명 강하고 못된 남성에게 바치는 노래일 것이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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