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와의 타협은 싫다.' 박지은의 경기스타일은 늘 공격적이다. 안전한 길보다 위험하지만 모험을 선택한다. 해저드가 입을 벌리고 있는 홀에서도 그는 주저없이 드라이버를 꺼내든다. 그래서 기복이 심한 것이 흠이지만 박지은의 경기는 그만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다이나믹한 묘미가 있다.박지은에게 시즌 첫 승의 기쁨을 안긴 미켈롭라이트오픈이 그랬다. 5일(한국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골프장(파71)에서 끝난 미켈롭라이트 오픈 첫 대회 4라운드 72개홀 중에서 박지은이 조용히 파로 마무리한 홀은 절반이 조금 넘는 39개홀에 불과하다. 버디(21개)나 이글(1개) 못지 않은 더블보기(3개)와 보기(8개) 마크가 뒤엉켜 박지은의 스코어카드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특히 크리스티 커(미국)에 1타차 불안한 선두로 출발, 막판 재역전의 명승부를 펼친 미켈롭라이트오픈 최종 라운드는 고국 팬들의 새벽잠을 설치게 할 만큼 롤러코스터식이었다. 첫 홀(파4) 티샷이 헤저드에 빠지면서 더블보기를 범한 데 이어 2,4번 홀에서의 잇달은 보기로 10위권으로 밀려날 때만해도 박지은의 첫 승은 물건너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박지은은 위기상황에 주눅들지 않고 특유의 공격적인 스타일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전날 더블보기를 범했던 5번홀(파3)에서 첫 버디를 잡은 박지은은 이어 6번(파4)과 7번홀(파5)에서 다시 1타씩을 줄이는 등 3개홀 연속 버디로 확실한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승기는 16번홀(파4) 행운의 티샷에서 찾아들기 시작했다. 티샷 실수로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한참을 벗어나던 공은 나무에 맞고 페어웨이와 러프의 경계 지점에 떨어졌고, 세컨드 샷에 이어 5m짜리 슬라이스 내리막 퍼팅이 버디로 연결되면서 박지은은 이 홀에서 보기를 범한 커를 1타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로 복귀했다.
박지은은 마지막까지 팬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박지은이 18번홀 6m 오르막 파퍼팅을 놓친다면 커는 물론 카리 웹(호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 4명과 함께 연장을 펼쳐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
그러나 주니어시절부터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나서 한번도 우승을 놓쳐본 적이 없는 강심장과 근성의 박지은은 컵의 뒷면을 튕길 정도로 맞고 공이 떨어질 만큼 과감한 퍼팅으로 파세이브에 성공, 이 대회 초대챔피언의 영광을 차지하며 24만달러의 우승 상금을 챙겼다.
김미현(277타)은 이날 3타를 줄이며 7언더파로 5위, 박세리와 한희원은 공동 8위(4언더파)로 톱10을 지켰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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