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가 착해졌나? 재작년 발표한 3집에서는 'X같은 한밤의 TV연예'라는 SBS의 연예관련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가사로 한 바탕 소란에 휩싸이더니 새 앨범 'jp4'에서는 "문제 될 노래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 동안 노래에 별별 육두문자 다 썼는데 이번에는 별로 욕할 게 없던데요"라고 머리를 긁적인다. "옛날 노래 들어보니까 너무 오버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게 이유. 좀 더 뮤지션 다운 대답은 "이상한 가사 하나 쓰면 그 노래에만 관심이 집중돼 다른 노래는 안 들어 주기에 앨범에 실린 노래를 다 들어 달라는 의미에서"이다.래퍼 김진표(26)가 노바소닉 탈퇴 후 처음으로 내는 음반은 벌써 네 번째 독집이다. 그만큼 그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개인 '브랜드'를 내세울 만한 래퍼이다. 특유의 매력적 '중저음'을 무기로 비속어와 욕설이 섞일 수밖에 없는 랩을 나름대로 순화해서 '우리말로도 랩이 된다'는 것을 입증해 왔다.
이번 새 앨범에 실린 노래들에 대한 총평. "너무 대중적이죠.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든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어요" 알아 듣기도 어려운 랩을 노래방에서 따라 할 수 있다고? "보통 랩 음악은 랩하고 반주가 따로 놀아요. 랩을 강조하려다 보니 음악이 죽고…. 그래서 이번에는 랩과 반주가 함께 귀에 꽂힐 수 있도록 '멜로디'에 신경을 썼거든요. 어떤 곡은 그냥 대중 가요처럼 귀에 쏙 들어와요."
새 앨범에는 박정현, T, 에즈원 등 쟁쟁한 가수들이 같이 노래했다. 타이틀 곡은 '악으로'. 래퍼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해 코러스는 단 세 부분만 짧게 들어간 래퍼 김진표를 위한 노래다.
"무대에서 제 노래를 불러도 가끔 내가 조연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 노래는 대부분이 랩이니까 무대에 서면 완전히 내 노래 같아 보일 거예요. 사실 랩은 그룹 중 가장 노래 못하는 멤버가 보컬 중간 중간에 한 번씩 나와 양념처럼 부르는 거 아니냐는 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잖아요."
이번 앨범의 특이한 점이라면 박근태가 곡을 쓴 '아직 못 다한 이야기'로 김진표로서는 처음으로 '대중적' 작곡가로부터 받은 곡이다. 박정현과 함께 부른 '시간이 필요해'는 그가 개인적으로 아끼는 곡. 그 이유는 김진표 자신이 박정현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이라고. 이번 앨범에서도 전곡의 가사를 쓰고 '천국을 꿈꾸며' 등 4곡을 직접 작곡했다.
김진표는 엄청난 짱구. "제 신체 비밀이 머리 뒤에 난 뿔인데요, 뼈가 좀 특이하게 툭 튀어 나온 거예요. 고등학교(상문고) 때는 머리카락을 1㎜ 길이로 잘라야 했는데 머리통이 훤히 들여다 보이니까 친구들이 뿔 났다고 놀렸죠."
어느날 지하철에서 만난 도사 같은 한 할아버지는 "그 머리통 생긴 게 유명해질 상인데 좋은 쪽보다는 악명 높은 쪽으로 명성을 얻게 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고.
그룹 '패닉'으로 데뷔(1995)할 때 그는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고교생 가수였다. 그런데 새 앨범이 나오면 앨범만 패닉 3장, 노바소닉 3장, 독집 4장 등 벌써 10장이 된다. "처음에는 그냥 아주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10장까지는 내자' 했는데 서른도 되기 전에 벌써 다 찼네요."
내년에는 이적과 함께 패닉 4집도 낼 계획이다. 장기 계획은? "30대는 20대와는 완전히 다른 인생이었으면 좋겠어요. 20·30·40대를 전혀 다른 색깔로 보내는 삶이라면 좋겠는데…. 그래도 여자는 안 바뀌고 한 여자였으면 좋겠네요."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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