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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한국, 중국에 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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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한국, 중국에 망할 것인가?

입력
2003.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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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설적인 기업가로서 무소속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여 돌풍을 일으켰던 로스 페로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멕시코와의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한 그는 저임금의 나라 멕시코가 미국의 "일자리를 빨아들이는 커다란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말이 그렇지 멕시코 같은 소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얼마나 빨아들일 수 있겠는가?그러나 중국은 상황이 좀 다르다. 대형 진공청소기의 역할을 확실히 할 수 있다. 아직은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에 불과하고 생산능력도 한국의 3 배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중진국 수준에 이른 산업도시가 여기저기서 발달하고 있고, 저임금에 만족하는 12억의 인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무서운 경제성장률로 동남아의 섬유와 전자 산업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일본의 제조업은 직접투자를 통해 빠른 속도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많은 전통적인 산업이 이미 중국에 넘어갔다. 첨단산업에서조차 휴대폰은 2년,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는 3년, 반도체는 6년 밖에 수명이 남지 않았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들려온다. 정말 한국은 중국으로 인해 망하는 것일까?

이 같은 우려는 두 가지 측면에서 허실을 짚어볼 수 있다. 첫째, 중국과의 무역은 경쟁력이 낮은 산업을 붕괴시켜 일자리를 빼앗아 가지만, 동시에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산업에는 더 큰 시장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준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능동적으로 유연하게만 대응한다면 총 일자리 수가 감소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중국에서 들어오는 저렴한 수입품은 우리의 물가를 낮춰주고, 중국의 거대시장은 우리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기회를 제공해준다.

도도히 흐르는 중국의 산업화 물결 앞에서, 우리 산업 중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부문이 과연 있을까? 이런 의문에도 역시 잘못된 시각이 내재되어 있다. 임금과 환율에 결정적으로 의존하는 산업의 수명을 마치 암 환자의 수명처럼 미리 정해 버리는 잘못이다.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면 지금 당장 환율이 1달러에 2,000원이 된다고 상상해 보라. 대구와 부산에서 중국 때문에 죽은 섬유·신발 등 많은 업체들이 부활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중국이 전 산업에서 우리의 기술을 따라 잡게 되면 어떻게 하나? 그러면 우리의 임금을 중국과 같은 수준으로 조정하면 된다. 자유무역의 이익을 누리면서 고용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임금(달러기준)이 경쟁국과 우리의 생산성에 연동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노동소득이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나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 격차로 보나 분배구조가 외환위기 이후 악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노동계의 불만이 큰 것은 당연하다. 또한 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리의 생산성 증가 속도가 과거의 절반 밖에 안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국민은 고속으로 달리던 차가 톨게이트 앞에 섰을 때의 조급함과 짜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수출 호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외환위기로 환율이 오르고 임금이 생산성보다 천천히 올라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업들은 낮은 이자율도 감당하지 못해 여전히 쩔쩔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 경제에 임금이 생산성보다 빨리 증가하는 관성이 생기고, 환율이 중국의 사정과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결정되어 버린다면 우리 산업의 수명은 급속도로 단축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로 중국이 '일자리를 빨아들이는 커다란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이제는 본격적 소득재분배를 위해 성장을 희생해도 될 때가 됐다'는 진보의 시각에 필자가 심각한 우려를 느끼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송 의 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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