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캠퍼스/사이버수업 "학점따기용" 전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캠퍼스/사이버수업 "학점따기용" 전락

입력
2003.05.06 00:00
0 0

서울 A대에서 '미디어비평'이라는 사이버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 신문방송학과 B교수는 요즘도 지난 학기 이 과목 기말고사 결과를 떠올릴 때마다 황당함과 씁쓸함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24시간인 시험 시간중 학생이 편한 시간대를 골라 1시간 동안 컴퓨터에 로그인해 시험을 보도록 했지만 먼저 시험을 본 학생이 문제를 유출하거나 여럿이 PC방에 모여 시험을 보는 바람에 대부분 학생들에게 좋은 성적을 줄 수 밖에 없었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부정행위 만연된 대학가 사이버 시험

최근 몇 년 사이 각 대학들이 쌍방향 교육과 유연한 시간활용 등의 장점을 들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사이버 수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수업 체계나 노하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강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듣고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시험만 보면 B학점 정도는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졸업을 앞둔 고학년들이 '악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또 시험이 사이버 공간상에서 이뤄지는 탓에 부정행위가 만연, 변별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지난 학기 '미디어비평' 과목을 들은 4학년 홍모(26·도시공학과)씨는 "단답형인 경우 답을 서로 베껴 틀리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시험의 객관성이 떨어지다 보니 학생들이 오프라인 강의를 들을 때보다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사이버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이 서버에 접속하면서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사고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S대와 K대의 경우 지난 학기 시험도중 컴퓨터가 갑자기 다운돼 학생들을 강의실로 소집해 재시험을 치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학교와 교수, 묘안 찾기 고심

이처럼 부작용이 커지자 일부 교수는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할 시간이 없도록 문제 자체를 어렵게 내는 고육책을 쓰기도 한다. 성균관대의 한 교수는 "시험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이 제한시간내에 모든 문제를 다 풀지 못할 정도의 수준으로 출제한다"고 말했다. 아예 시험을 치르지 않고 리포트를 내게 하는 방법으로 대처하는 교수들도 늘고 있다. 부정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외국어대학은 지난해 한 컴퓨터 업체로부터 시험시간 중 이메일·메신저·채팅 등을 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학생 집에 이 프로그램을 설치토록 한 뒤 IP추적을 통해 시험기간 중 '엉뚱한 장소'에 있는지도 점검한다. 경희대는 더 나아가 컴퓨터 자판의 복사하기와 붙여넣기 기능을 차단한 프로그램을 설치토록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설치 만으로 부작용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나름대로 자구책을 쓰지만 '컴퓨터 도사'인 일부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며 "사이버 수업이 학생들의 실력향상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고 부정행위만 가르치는게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경희대 자산관리학과 조용대 교수는 "현재 사이버 강좌는 초기 단계라 학생과 교수들 모두 적응하는 시기"라며 "강의의 질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김종한기자 j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