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의 한 직장여성 A씨는 오른쪽 뒷머리 두통과 어깨, 허리, 오른쪽 무릎의 통증에 시달려왔지만 특별한 병명을 찾지 못했다. 다만 곡선이어야 할 목뼈가 일자로 곧게 뻗어있다는 정도였다. A씨는 목과 어깨에 물리치료를 받고 진통제를 복용했지만 그 때뿐이었다. 잠자리에 들 때면 종아리가 너무 무거웠고 아픈 곳이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듯했다. 결국 A씨의 문제는 왼쪽 발로 드러났다. 왼쪽 발이 평발처럼 낮아져 골반이 왼쪽으로 기울었고 연쇄적으로 다른 부위의 통증까지 유발한 것. A씨는 왼쪽 발에 보조기를 한 뒤 휘었던 허리뼈가 곧아졌고 2개월간 복합적인 치료를 받은 끝에 통증이 사라졌다. 게다가 늘 둘째, 새끼 발가락에 크게 생겼던 굳은 살도 그 뒤로 잘 생기지 않았다.이처럼 발의 질환은 허리, 무릎, 어깨의 통증과 두통까지 낳을 수 있다. 혜민병원 만성통증클리닉 안재석 과장은 지난 6개월간 클리닉을 방문한 내원환자 173명을 대상으로 추적조사한 결과 73%인 126명 환자에게서 다른 부위의 통증의 원인이 발의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중 50대 이상이 절반이나 됐고 주로 허리나 목 뒤 통증이 절반 이상으로 많았다. 물론 척추 디스크인 경우 신경을 압박해 발이 아프기도 하지만 발의 문제로 양쪽 다리 길이가 4㎜ 이상 차이나면 요통을 일으킨다는 것이 외국에서 보고돼있다.
주요한 발 문제는 발 가운데 움푹 들어간 아치 부분이 주저앉아 평발이 되는 것. 안 과장은 "발의 아치가 주저앉으면 아킬레스가 휘고 정강이뼈가 안으로 돌아가면서 무릎도 따라 안쪽으로 휘게 된다"며 "한쪽 발에 이런 문제가 생기면 몸의 중심이 기울면서 척추, 목뼈, 어깨 등에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이 주저앉은 상태에서 걷다보면 종아리 앞뒤에 붙은 근육에 무리가 가 종아리 앞뒤가 쑤신다. 또 몸의 중심이 흐트러져 골반과 등뼈가 앞으로 기울면서 균형을 잡기 위해 머리까지 영향을 미친다. 목의 근육은 원래 머리를 움직이는데 쓰여야 하지만 중심을 잡는데 사용돼 어깨 근육까지 피로하게 된다는 것. 이 영향으로 두통도 생길 수 있다.
을지의대 을지병원 정형외과 이경태 교수는 "평발 뿐 아니라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 심한 굳은 살 등 모든 발의 문제는 보행주기에 연쇄반응을 일으켜 이 같은 여러가지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선천적인 평발, 노화로 인한 퇴행성 관절 이상, 염증으로 인한 질환 등이 모두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걸을 때 발뒤꿈치 바깥쪽부터 디뎌 발관절이 꺾이면서 두번째 발가락과 세번째 발가락 가운데로 무게중심이 이동해야 하는데 앞이 뾰족한 신발, 하이힐, 통굽 신발 등은 자연스러운 보행을 방해해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다른 부위 통증을 치료해도 일시적이거나, 발에 비정상적인 굳은 살이나 티눈이 있는 경우 발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굳은 살이나 티눈은 잘라냈을 때 가운데 심이 보이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것이므로 잘라내거나 티눈고를 붙여 제거해야 하지만 심이 보이지 않으면 발의 구조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또 잘 무렵이나 자고 난 아침 종아리, 발뒤꿈치 등이 아프다면 근육이 무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발의 구조적인 문제는 보조기를 만들어 신발에 끼움으로써 개선할 수 있다. 문제는 처음부터 발의 문제를 알아차리지 못해 어깨나 허리 등의 통증이 만성화하는 일이 잦다는 것. 이러한 만성 통증에는 신경차단주사, 근육 내 자극요법 등이 필요하다. 스트레치나 근육강화 운동을 자주 함으로써 다리의 통증을 초기에 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스트레치법1
책상정도 높이에 손을 짚고 팔은 곧게 편다. 오른쪽 무릎을 구부리고 왼쪽 다리는 뒤로 쭉 펴서 바닥을 딛는다. 골반을 앞으로 지긋이 눌러준다. 상체는 꼿꼿이 세우고 발뒤꿈치를 바닥에 붙이는 것이 요령.
● 스트레치법2
편한 의자에 앉아 오른발을 왼쪽 허벅지 위에 올려 놓는다. 왼손으로 발가락을 잡고 발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3분간 지긋이 구부린다. 반대쪽도 같은 방법으로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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