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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효도미팅/서산의 붉은 해처럼 실버 로맨스 불태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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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효도미팅/서산의 붉은 해처럼 실버 로맨스 불태울거야

입력
2003.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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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감정이 청춘의 전유물이라고? (주)선우가 7일 개최하는 '2003 사랑의 효도미팅' 행사를 보면 이 같은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참가자 100인을 선착순 모집한다는 공고가 나기 무섭게 60, 70대의 참가신청이 쇄도한 것이다. 여가생활을 함께 할 좋은 이성친구를 갖고싶다는 사람부터 재혼을 통해 정말 사랑다운 사랑 한번 해보고 싶다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정도는 달라도 로맨스를 꿈꾸는 마음은 한 가지. 효도미팅 참가자인 김연순(67) 김용경(65) 이청자(64) 진필권(73) 한두환(69)씨가 노년에 설계하는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았다(김용경씨는 본인이 직접 참가신청서를 냈고 나머지는 딸들이 나서서 효도미팅을 주선했다).

이 나이에 필링이 딱 올까?

진필권: 1985년 아내와 사별했으니까 벌써 18년을 혼자 살면서 5남매를 다 출가시켰다. 혼자 사는데 개인적인 불편은 없지만 애들 보기엔 안쓰러운 것 같다. 건강이 안좋으면 모르지만 아직은 건강하니까 좋은 상대를 만나 재혼해서 여생을 서로 위하고 아껴가며 살고싶다.

한두환: 내 경우는 20년 이상 혼자 살다보니 이젠 여자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막내딸이 참가신청서를 냈는데 이렇게 만나고 보니 생각이 좀 바뀌긴 한다(웃음). 현재로서는 재혼은 안 할 생각이지만 데이트 상대는 사귀고싶다.

김용경: 혼자 오래 산 남자들은 그 생활에 익숙해져서 재혼하기 힘들다. 재혼하려면 절대 혼자 오래 살았다는 이야기를 여자들 앞에서 하지말아야 한다(역시 웃음).

이청자: 스물아홉에 남편과 사별하고 유복자인 딸과 아들을 혼자 길렀다. 젊어 혼자돼서 여기저기 재혼자리도 많이 나왔는데 친정어머니가 '(재혼하면) 자식 눈에 눈물 나고 네 눈에 피눈물 난다' 며 완강히 반대하시는 바람에 혼자 살았다. 어머니는 5년전에 돌아가셨는데 그 때부터 딸아이가 재혼하라고 자꾸 권한다. 이젠 좋은 사람 만나고 싶다. 그런데 이 나이에 필링이 딱 올까?

효자가 악처만 못하다

진필권: 혼자 살면 자유롭고 속 편하지만 외로움과 소외감은 어쩔 수 없다. 자식도 자기 가정 꾸리면 그때부터는 남이나 마찬가지다. 부모자식간 정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핵가족 중심의 현대의 생활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효자가 악처만 못하다'는 소리가 있는 거 아니겠나. 내 경우 한 때 아들 며느리를 데리고 살았지만 지금은 자기들 편한 데로 가서 살라고 내보냈다.

김연순: 옛날엔 자녀가 부모 모시기를 기피했지만 요즘은 부모가 자녀를 기피한다. 웬만큼 경제력이 있는 노인치고 출가한 자녀랑 같이 살고 싶어하는 사람 없다. 손주 재롱이 보고싶지않냐고? 가서 보면 되지 꼭 같이 살아야 하나? 노인들은 오히려 같은 또래끼리 사는 게 이야기도 통하고 여가활동도 같이 하고 더 재미있다.

김용경: 자식이 있지만 서로 불편해 따로 산다. 하지만 식사를 거의 외식으로 때우니 건강도 축나고, 혼자서 꼬린내 나는 양말 직접 빨 때는 처량한 느낌도 들고…. 가끔은 아내가 만들어주는 밥이 먹고싶다. 부엌에서 아내가 구수한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이면 나는 살짝 다가가서 아내를 살며시 뒤에서 안아주는 모습을 그려보곤 한다.

진필권: 둘이 살면 생활비도 절대 덜든다. 아무래도 외식을 덜하게 되니까.

연상 커플은 No, 사랑다운 사랑 해보고싶다

한두환: 이상형은 노후의 취미생활을 함께 즐길수 있는 사람이다. 여행 좋아하고 골프도 같이 치고 할 수 있는 건강과 열성이 있는 사람이면 된다. 또 여자도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어야겠다. 신분을 극복한 사랑이 젊은 시절엔 가능할 지 몰라도 늙으면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는 것이 부담스럽다.

진필권: 내가 당신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마음이 착한 사람이어야 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이 말하는 연상커플은 싫다. 우리 세대는 대부분 여자가 연하여야 서로 비슷하게 늙어가고 좋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어릴수록 좋지만 또 너무 어리면 바라는 게 많아지니까 그것도 안좋다.

김용경: 부모사랑이나 부부사랑을 모르고 살았다. 이번에는 정말 사랑다운 사랑 한번 해보고 싶다. 최대한 아껴주고 귀하게 여기고…. 기독교이니까 종교도 같으면 좋을 것 같다.

김연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차의 성격이다. 나이 들면 여자들은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반해 남자들은 집에만 붙어있으려고 한다. 성격적으로 맞아야 노후생활을 좀 더 윤택하게 꾸릴 수 있을 것 같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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