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어댑테이션 /"예술이냐 흥행이냐"… 당신이 작가라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어댑테이션 /"예술이냐 흥행이냐"… 당신이 작가라면?

입력
2003.05.06 00:00
0 0

영화 애호가라면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이란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말코비치 되기'를 통해 유명 배우의 머리 속에 들어가는 기발한 상상력을 발랄한 이야기로 풀어낸 존 카우프만은 '어댑테이션'(Adaptation)에서는 영화 속에 자기 자신의 이름을 딴 작가를 등장시켜 영화적 재미를 살린다. 진짜 얘기와 가짜 얘기가 마구 뒤엉키며 작가의 지적 유희가 절정에 달한다.소설 '난초 도둑'을 각색하는 영화 속의 작가 찰리 카우프만(니컬러스 케이지). '난초 도둑'은 평생 난초에만 미쳐 살아온 난초 밀렵꾼 존 라로쉬(크리스 쿠퍼)의 얘기를 잡지 '뉴요커'의 기자 수전 올리언(메릴 스트립)이 책으로 옮긴다. 작가 찰리 카우프만, 존 라로쉬, 기자 수전 올리언, 소설 '난초 도둑' 등 영화에 나오는 인물과 소설은 실제로도 존재한다.

소설을 영화로 옮겨야 하는 찰리는 흥행 부담 때문에 시나리오 작업에 애를 먹는다. 그러나 대중 강연회를 통해 시나리오 작법을 배운 동생 도널드는 일사천리로 작업을 진행, 하루 아침에 인기 작가가 된다. 초조한 형은 동생의 조언을 받아들여 시나리오 강연에도 참석하는 한편 수전의 뒤를 캐면서 얘기 거리를 찾기 시작한다.

'말코비치 되기'에서 존 카우프만과 찰떡궁합 연출을 보인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작가의 고뇌를 대상화, 기발한 상품으로 내놓았다. "난 총싸움도, 자동차 추격 신도 넣지 않을 거야. 인생의 교훈을 얻는 것도 싫어. 고난을 극복하는 주인공 따위는 싫어." 이렇게 선언한 찰리는 그러나 곧 궁지에 빠진다. 이런 것이 없으면 영화로서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지? 아 커피가 있어야 하는데. 커피를 마시면 생각이 좀 떠오를까. 일단 이야기 골격을 세워야 해. 바나나 머핀이면 더 좋을텐데."

작가의 고민을 상징하는 형과 흥행 작가를 상징하는 동생의 캐릭터를 굳이 1인 2역의 쌍둥이로 설정한 것은 할리우드 흥행 작가, 혹은 모든 작가 내면의 이율배반적 갈등을 설명하는 장치다.

그러나 영화는 곧 숨겨진 사랑과 진실, 자동차 추격, 총질 등 할리우드 흥행 요소가 등장하는 스릴러 형식으로 탈바꿈한다. 얼뜨기 작가 같던 동생 도널드가 바로 '난초 도둑'의 작가인 수전과 존 라로쉬 사이에 비밀스런 연애가 있었음을 밝혀내기 때문이다.

작가의 고민에 대한 지루한 영화가 될 것 같던 '어댑테이션'은 후반부의 새로운 이야기 거리를 추적하며 대중에게는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보여준다.

영화와 관객을 '갖고 노는' 재주가 뛰어난 카우프만의 재기는 발랄하다. 그러나 이것이 관객보다는 자기 만족을 겨냥한 작가의 지적 현시욕으로 비칠 가능성도 적잖다. 영화 마니아용 영화. '아메리칸 뷰티'에서 퇴역한 군인이자 동성애자 역을 인상적으로 보여줬던 크리스 쿠퍼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조연상을 수상했다. 8일 개봉. 18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