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浮屠)와 석탑 등의 문화재가 최근 잇달아 도굴·훼손되고 있어 문화재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3월 전남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탑(국보 57호)의 옥개석이 3분의 1가량 밀려난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경북 의성 관덕동 삼층석탑(보물 188호)이 크게 훼손된 채 발견됐다. 두 석탑 모두 안에 유물이 들어 있지 않아 도둑맞은 것은 없지만 도굴과정에서 문화재가 훼손된 데다 무엇을 노린 도굴이었는지도 명백히 밝혀지지 않아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쌍봉사 철감선사 부도는 일제 강점기에 도굴돼 무너진 채 방치됐다가 1957년에야 재건됐기 때문에 그 안에 사리장엄이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범인들은 상륜부를 밀어내고 그 안쪽을 확인했다. 또 2000∼2001년 석탑 해체·보수 당시 내부에 유물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관덕동 석탑에서도 범인들은 지붕쪽 위쪽 탑신 2개 층을 밀어내는 바람에 옥개석이 바닥에 떨어져 귀퉁이가 10㎝정도 떨어져 나갔다.
문화재청은 두 석탑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범행수법 등으로 보아 신세대 도굴꾼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장문화재과 사범단속계 관계자는 "최근 술정리 동(東) 3층 석탑 사리함 등 유구의 행방이 끊어졌다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뒤늦게 발견된 것을 보고 범인들이 여러 석탑을 돌아가며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는 "종교적 신념의 차이에 의한 범행이나 보수 업체 측의 의도적 소행일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 훼손범은 2년 이상의 징역, 도굴범은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는 상황에서 사전에 유물 존재 여부를 알아보지도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슷한 범행을 막을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 석탑 안에 도굴 대상품이 없다는 안내판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그럴 경우 안내판이 없는 문화재가 오히려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정영호 단국대 석좌교수는 "현재 야외에 있는 석조물은 일제 때 이미 도굴된 데다 해체 보수되면서 유물이 없는 것으로 거의 모두 확인됐다"며 "석탑이 일부라도 훼손되면 복구 비용이 평균 3,000만원에 이르는 실정에서 명예관리인이나 문화재 지킴이들에게 활동비를 지급해서라도 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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