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이 학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조선시대 전자문화지도 개발' 작업의 구체적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를 망라한 그 동안의 연구 성과를 데이터베이스(DB)로 통합하는 자료 정리 작업이 마무리되면 전문 연구자들은 물론 일반인도 조선 지도 위에서 시공간 좌표와 주제를 입력, 어떤 원하는 자료든 컴퓨터를 통해 입체적으로 검색할 수 있다.이 작업은 전임 연구인력만 21명, 공동·일반 연구원 46명이 참여, 역사학 지리학 문학 철학 민속학 종교학 등 대단위 학제간 협동 연구로 이뤄지고 있다. 투입 예산만 20억원이 넘는다.
민족문화연구원은 2일 고려대 국제관 국제회의실에서 학술대회를 열어 전자문화지도 개발 작업 1차 연도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대회에서는 고려대 권순회 김종혁 이정주 정치영 연구교수가 각각 '데이터 세트 구현 방안' '행정구역 복원 및 베이스 맵 작성' '문화분류체계 작성 방안' '지도 구현 사례'를 통해 전자문화지도 개발 작업 전반을 설명했다.
전자문화지도는 한 시대에 대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단일 DB에 집대성한 것. 이 거대 DB는 크게 주제, 공간 정보, 참조 등으로 나뉘어진다.
주제별 DB는 일단 문화 형성의 기반 학문과 세계 인식 문예와 상상력 생활 문화와 의식 구조로 나뉘어 집적되고 있다. 1차 연도에는 우선 문화 형성의 기반 분야에 인구 농경지 정보가, 학문과 세계 인식 분야에 인물 사찰 자료, 문예와 상상력 분야에 시조(時調) 유산기(遊山記) 실경산수 정보가, 생활 문화와 의식 구조 분야에는 시장 민요 음식 자료 등이 담긴다. 엑셀 등의 프로그램에 담길 정보 내용은 자료가 발굴되는 대로 거의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인구 DB를 예로 들면 조선시대 전국을 단위로 각 시기별로 작성된 인구 자료인 '세종실록지리지' '여지서' '여지도서' '호구총서' '민적통계표' 등의 내용을 모두 수록해 통계 분석으로 도별 또는 군현별 호당 인구, 성비, 인구 밀도 등을 찾아 볼 수 있다.
공간 정보 DB는 일제가 대대적 행정구역 개편안을 공포한 1914년 이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대동여지도'가 제작된 1861년 8도 332개 군의 행정구역을 복원한 지도를 기본도(Base Map)로 작성하고, 이와 병행해 오늘의 행정구역도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주제별 DB 가운데 지도로 제작 가능한 군현별 인구 성비 인구밀도 등도 역시 지도로 표현된다. 시장 DB에는 시기별 시장의 분포와 변화, 유산기(遊山記) DB에는 여정 등이 지도로 나타날 수 있다.
참조 DB는 주제별 DB에 담기 어려운 각종 자료를 가공해 수록하는 것으로 원적 텍스트나 문화재 등의 사진 이미지,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 등을 담는다. 인물과 지명에 대한 전거 자료도 함께 붙으며 주제별 DB와 연결 가능하다. 김흥규 민족문화연구원장은 "전자문화지도 작성은 종래의 전통적 연구 방법과 최신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차원의 학제적 연구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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