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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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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전화

입력
2003.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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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여튼 우리 일상과 떼어놓을 수 없는 기관이다. 일이 있어서 전화를 했는데 절반은 통화 중이었고 나머지는 아무리 벨이 울려도 받지 않았다. 매달 보내오는 고지서에 주소가 있었다. 답답했던 나는 사무실로 직접 찾아갔다.마침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을 담당하는 직원은 다른 민원인과 언성을 높여 싸우고 있었다. 대개의 민원인은 억울하다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었고 말이 고울 리 없었다. 워낙 양쪽의 싸움 솜씨가 뛰어나 구경만 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나가던 간부 직원이 내게 자기 자리로 오라고 했다. 그는 실무를 제대로 몰라 일 처리가 한없이 느렸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의 자리에 있는 전화기의 수화기가 내려져 있는 것이었다.

그의 앞 자리에 있는 전화기 역시 내려져 있었다. 그들의 전화기는 걸 때에만 쓰고 받지는 않는 전화기였다. 누군가 점심을 먹으러 가며 '부주의하게도' 전화기를 '제대로' 놓고 갔는지 두세 자리의 전화기가 쉬지 않고 울어댔다.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그들이 하고 있는 일 가운데 가장 바쁘고 큰 일은 '전화를 받지 않는 일'이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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