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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91>吳章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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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91>吳章煥

입력
2003.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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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5월5일 시인 오장환이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1951년 몰(沒). 오장환은 서정주, 이용악 등과 함께 1930년대의 주목 받는 청년 시인이었다. 세 사람 가운데 오장환이 한국 문학사에 남긴 흔적이 가장 덜 또렷하다면, 그것은 그의 재능이 다른 두 사람에게 못 미친 탓도 있고 그가 너무 일찍 죽은 탓도 있을 것이다. 오장환보다 뒤늦게 월북한 이용악은 1971년까지 살았고, 북으로 갈 이유가 없었던 서정주는 새 천년을 맞기까지 살았다.오장환의 시세계에는 정체성의 지구력이 모자랐다. 비애와 데카당스를 바탕에 깐 모더니즘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실린 서정주의와 계급 해방을 염원하는 이념의 파도가 그의 시세계를 때로는 동시에, 때로는 순차적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문학비평가 유종호씨가 '다시 읽는 한국 시인'이라는 책에 묶은 두 편의 오장환론(論)에 각각 '사회적 외방인(外邦人)의 낭만적 허영'과 '떠돌이에서 인민 시인으로'라는 제목을 붙이고 있는 것도, 오장환 문학 세계의 그런 물컹물컹함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 물컹물컹함은 시인 자신의 기질 못지않게 그가 살아낸 세월의 요동에도 책임이 있을 터이다.

해방 직후에 쓴 '병든 서울'의 한 대목은 이렇다. "그렇다. 병든 서울아,/ 지난날에 네가, 이 잡놈 저 잡놈/ 모두 다 술 취한 놈들과 밤늦도록 어깨동무를 하다시피/ 아 다정한 서울아/ 나도 밑천을 털고 보면 그런 놈 중의 하나이다./ 나라 없는 원통함에/ 에이, 나라 없는 우리들 청춘의 반항은 이러한 것이었다./ 반항이여! 반항이여! 이 얼마나 눈물 나게 신명 나는 일이냐." 그러나 그 반항을 끝내고 "스탈린이시어/ 당신 계시는 영광의 모스크바"('우리 대사관 지붕 위에는' 중에서)를 부르는 시인을 보는 것은 슬프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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