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불붙고 있는 신당론의 이면에는 넓게는 신(新)여권, 좁게는 신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진 및 소장 의원들간의 치밀한 이해다툼이 있다. 신주류 강경파의 '개혁신당론', 신주류 당권파와 구주류의 '통합신당론'도 사실 한 꺼풀 벗겨보면 신흥 권력세력과 기존 및 구 권력세력간 파워게임의 산물이다. 각 파벌 주도 인물 9명의 면면을 살펴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강경파 리더인 정동영(鄭東泳) 의원의 경우 차세대 주자로서 '5년후'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강경파 3인방
정동영 천정배(千正培) 신기남(辛基南) 의원이 '민주당 해체, 개혁 신당 창당, 비노·반노 구주류 배제'등을 주장하는 강경파 핵심 3인방이다. 이들은 "지역주의에 기반한 세력은 배제해야 한다"며 '뺄셈형' 신당 추진의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들의 구상이 '권력 쟁취형'으로 평가 받는 이유는 당 신당추진위 구성을 통해 현 지도부를 전원 사퇴시키고 기존 민주당 주도세력인 구주류를 신당에서 배제하려 하기 때문이다. "50대 개혁세력인 강경파가 신당을 장악, 노무현 대통령의 직계 세력으로서 여권 및 신당의 헤게모니를 쥐려는 속셈"이라는 해석이다. 세 사람 중에서도 정 의원에 대해선 "호남 출신으로 다음 대선에 나서 영남 표까지 받으려면 기존 민주당의 호남색을 벗어버리는 게 필수적이므로 다음 대선 전략 차원에서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 삼아 신당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천·신 의원의 경우도 이들이 모두 호남 출신인 점을 들어 "당내 호남 세력의 차세대 리더를 겨냥, 대부분 구주류인 호남 중진들을 배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온건파 트리오
정대철(鄭大哲) 대표, 김상현(金相賢) 김근태(金槿泰) 고문 등 신당세력내 온건파는 "분당 사태를 초래하는 개혁신당은 공멸"이라며 당내 모든 세력들이 참여하는 통합신당을 외친다. 이들은 3일 6인 중진 모임에서 정동영 의원의 부정적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을 위한 개혁적 통합신당을 만들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정 대표는 이날 모임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신당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강경파의 구주류 배제 주장과 분명히 선을 그었다. 김상현 고문은 "현 최고위원들이 신당 추진위에 포함돼야 한다"며 강경파의 지도부 사퇴 요구를 공박했다. 김근태 고문 역시 "호남 의원들을 배제하자는 것은 북한에 핵시설이 있다는 이유로 공습을 퍼붓자는 주장과 같다"며 강경파 노선을 꼬집었다.
이들 세 중진의 행보에 대해선 "비노·반노 세력을 포함한 모든 당내 세력을 아우르는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한 뒤 신당 당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광주가 지역구인 김상현 고문은 "'포스트 DJ' 호남권 맹주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통합신당파의 세 보스
한광옥(韓光玉)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 정균환(鄭均桓) 총무 등 구주류가 이 범주에 속한다. 방미중인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가 귀국해 이 입장에 서면 통합신당파의 리더는 네 사람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이들은 "신주류 강경파에서부터 구주류 핵심까지 당내 모든 계파를 아우르고 여기에 건전한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를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경파가 주창하는 개혁신당은 구주류의 지도부 배제 및 총선 공천 물갈이를 통한 인적 청산이 주목적이라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세 사람 모두 민주당에서 나름대로 세를 갖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들이 '모든 계파를 포함한 덧셈형 신당론'을 내세우는 이유가 바로 신당에서도 계속 지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중도 또는 구주류였기 때문에 정권의 핵심세력은 아니어도 여당의 헤게모니 다툼에서까지 변방으로 밀려날 수는 없다"는 절박함을 읽을 수 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신주류 "이단아"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신주류의 '이단아'로 불린다. 지난 대선의 일등 공신들이지만 신주류가 밀어붙이고 있는 신당론에 대해선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추 의원은 "북핵 문제, 사스 등 국가적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당내 문제로 시끄러워서야 되겠느냐"고 말한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선 "신당의 정신과 철학이 있는지 들어보지 못했고 고민하는 사람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신당 추진에 대해 물으면 "말이 말을 낳는다"며 언급을 피한다. 그는 지난 달 30일 국회에서 '증평군 설치법'이 통과된 뒤에는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워 개혁 신당을 하자는 사람들이 충청도를 의식, 당연히 제동을 걸었어야 할 법안을 주저없이 통과시켜줬다"며 개혁·신당파를 비판했다.
대선직후 민주당 해체를 주장했던 함승희 의원도 지금은 신당파는 물론 청와대에 대해서도 날을 세운다. 그는 신당파들 면전에서 "나에게 신당의 명분을 설득해 보라"고 일갈할 정도로 신당에 부정적이다. 국회 정보위원인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보위의 국정원장 '부적절' 평가를 월권이라고 비판하자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신주류 인사들은 이들의 독자행보에 대해 "호남 유권자가 많은 지역구 사정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소신이 뚜렷해 그런 것"이라고 수긍하면서도 못내 서운한 표정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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