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라는 사실도 서러운데 보험 가입조차 차별받아야 한다니 말이 됩니까."지난달 25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종신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보험사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조병찬(27·사진)간사는 아직도 보험사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일상생활을 불편없이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체장애는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장애인전용보험 대신 종신보험 가입을 거의 강권하던 보험사가 1달만에 태도를 바꿔 '건강상의 이유로 보험체결이 곤란하다'는 답변을 해 왔기 때문. 장애인 최초로 민간 보험사를 상대로 손배소송을 제기한 조씨는 "보험사의 말바꿈도 화가 났지만 대다수 장애인들이 특별한 이유없이 보험사로부터 불이익을 받는 현실을 고쳐 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어릴 적 뇌질환의 후유증으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 8년 전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서강대 국문학과에 입학한 조씨는 입학과 동시에 장애인 권익활동에 눈을 떴다. 명 강의를 듣고 싶어도 높은 문턱과 가파른 통행로 탓에 좌절의 쓴맛을 볼 수밖에 없었고 비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릴 수도 없었기 때문. 조씨는 결국 직접 장애인 권익보호 학내모임을 결성하고 장애인 교육권확보 운동에 뛰어들었다.
대학원 진학과 취직으로 장애인활동에 잠시 주춤했던 조씨는 지난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로 옮겨 본격적인 장애인 처우개선 활동에 투신했다. 장애인 교육권 확보와 각종 입사 시험 등에서 차별철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힐 계획인 조씨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첫 발에 불과하다.
조씨는 "각종 보험 등에서 장애인은 원천적으로 가입 자체가 배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비슷한 일로 불편을 겪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모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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