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5월3일 치러진 프랑스 총선에서 인민전선이 승리해 6월4일 사회당의 레옹 블룸을 수반으로 한 좌파 내각이 수립됐다. 인민전선은 파시즘과 전쟁에 맞서 좌파와 진보 리버럴이 결성한 통일전선을 뜻한다. 사회당·공산당·급진사회당을 중심으로 98개의 정치·사회단체를 묶은 인민전선은 이 날 총선에서 전체 의석 618개 가운데 373석을 얻었다. 공산당은 내각에 들어가지 않고 각외(閣外) 협력 정당으로 남았다.인민전선 내각은 폭력적 우익 단체들을 해산하고 주당 40시간 노동과 단체협약권을 보장하는 법률을 통과시켰으나, 프랑스 사회의 좌경화를 우려한 대자본과 영국 정부의 집요한 방해와 견제에 굴복해 이듬해 2월 공동 강령의 실행을 중지했다. 인민전선은 1938년 9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네 나라 정상의 뮌헨 회담 직후 대독(對獨) 유화 정책을 놓고 급진사회당과 공산당이 결별하면서 붕괴했다.
인민전선이라는 말은 역사적 맥락과 상관 없이 정치적 통일전선이라는 의미로 느슨하게 사용되기도 하지만, 파시즘을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유럽에 고유한 현상으로 이해하는 엄격한 관점에 따르면 인민전선도 1930년대 후반의 유럽에 고유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좁은 의미의 인민전선으로는 프랑스의 인민전선 외에 스페인의 인민전선이 있다. 스페인에서는 1936년 2월의 총선거에서 좌파 공화주의자,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등을 묶은 인민전선이 전체 473개 의석 가운데 289석을 얻어 정부를 출범시켰다. 공산당도 참여한 이 인민전선 정부는 토지 개혁을 비롯한 혁명적 민주주의 정책을 추진해갔으나, 그 해 9월 파시스트 장군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모로코에서 반란을 일으킨 뒤 본토에서 벌어진 2년 8개월간의 내전에서 패배해 1939년 3월 붕괴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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