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라크 군정을 책임질 민간 행정관으로 국무부 고위 관료 출신의 폴 브레머(사진)를 임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와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국무부에서 23년간 일했고, 레이건 행정부에서 대테러위원회 의장을 지낸 브레머를 이라크 군정의 최고 책임자로 임명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이라크 재건을 감독할 브레머는 이라크 재건·인도지원처장을 맡고 있는 퇴역 장성인 제이 가너 보다 상위 직급"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군정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이라크전을 총지휘한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관과 브레머가 투톱 역할을 맡는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가너 처장과 잘마이 칼릴자드 백악관 특사 등은 이들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브레머는 헨리 키신저 등 6명의 국무장관의 보좌관으로 일했으며 1989년 국무부를 떠난 뒤 마시맥러넌 그룹의 위기 관리 컨설팅회사 최고경영자 등을 역임했다. 그의 회사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있었기 때문에 2001년 9·11 테러 당시 회사 직원 300여명을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는 9·11 이후 미국 행정부에서 국내 안보 문제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보수적 연구 기관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테러 방지 연구팀을 이끌기도 했던 그는 매우 보수적 성향으로 국방부 인사들과도 끈을 맺고 있다. 하지만 그는 국무부 외교관 출신으로서 지난해 말 "국제사회의 동의를 확보하지 않고 이라크를 무조건 침공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등 현실적이고 유연한 시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그가 이라크 군정의 책임을 맡게 된 것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온건파의 승리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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