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뇌부 인사를 둘러싼 대여(對與) 이념공세를 놓고 한나라당 내부의 보혁 갈등이 내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소장 개혁파 모임인 '국민 속으로' 소속 의원 7명은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당이 국회에 제출한 고영구(高泳耉) 국정원장 사퇴권고결의안의 철회를 요구, 다수세력인 보수파와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들중 일부는 "더 이상 당에 희망이 없다"며 탈당 결심을 굳힌 상태여서, 규모가 변수일 뿐 당의 분열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부영(李富榮) 김부겸(金富謙)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20년간 판사로 재직한 고영구 원장의 이념을 문제 삼은 것은 냉전시대의 수구적 발상"이라고 비난, 당 지도부 및 보수파와 타협할 수 없는 이념적 간극을 드러냈다. "개혁파에 대한 보수파의 이지메(집단 괴롭힘)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의도 뒤따랐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는 이우재(李佑宰) 김홍신(金洪信) 김영춘(金榮春) 서상섭(徐相燮) 의원도 서명했다.
또 김영춘 의원은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진정한 당 개혁이 불가능하다"며 "그 동안 당 이미지를 형성해온 인물은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인적 쇄신을 주장했다.
이번 갈등이 더욱 예사롭지 않은 것은 그 동안 개혁파의 공세를 일각의 목소리쯤으로 들어 넘겼던 보수파의 태도 변화 때문이다. 최근 보수파 의원 사이에는 "어차피 당을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은 빨리 털어내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한 중진은 "재보선이 끝난 만큼 그들이 여권 신당파와 교감하며 안에서 당을 흔들지 못하도록 정리해야 한다"며 개혁파를 밀어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고 원장 사퇴권고결의안의 제출을 주도한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이날 "당과 당론이 싫은 사람은 당을 떠나면 그만"이라며 "본인들도 각오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김무성(金武星) 의원은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체성이 같은 사람끼리 개혁 신당을 만들면 될 것"이라고 개혁파의 탈당을 요구했다.
결국 양측은 앞으로 의원총회와 국회 본회의 등에서 사사건건 맞붙을 수 밖에 없고, 이는 소수인 개혁파를 궁지로 몰아 그들의 탈당을 부를 소지가 다분하다. 또 여권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강력한 당외 구심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차기 대표경선 주자들의 이념 성향 역시 개혁파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봉합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대표경선 과정에서 예상되는 각종 난맥상이 현재 5∼6명으로 점쳐지는 개혁파의 이탈 규모를 더 늘어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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