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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기업돈줄 숨통트이나

입력
200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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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 분식회계와 카드부실 사태로 꽁꽁 얼어붙었던 기업자금조달 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카드 회사채의 경우 4월 들어 발행실적이 전달보다 두 배 이상이나 폭증하는 등 마비상태나 다름없던 빙하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4월 실적 자체는 정부의 '4·3 카드채 안정대책'에 따른 '반짝효과'일 수도 있는 만큼 추세전환을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4월 회사채 발행실적 급증

2일 금융감독원과 투신권에 따르면 4월 한달 동안 전체 회사채 발행실적은 3조6,813억원으로 전월(3조3,204억원)보다 10.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가운데 금융채는 카드채 발행실적이 한달 사이에 130%(3월 2,450억원→4월 5,635억원)나 급증한 데 힘입어 전월보다 37.9%(5,200억원→7,171억원) 늘어났다. 일반 회사채도 1조6,729억원에 달해 3월(1조1,924억원)보다 4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중에는 카드업계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인 자산유동화증권(ABS)의 발행실적만이 3월 1조6,080억원에서 4월 1조2,913억원으로 20% 가량 감소했다.

금감원은 이날 시장 상황이 빠르게 호전됨에 따라 다음주부터 신규로 발행되는 카드채와 기업어음(CP), ABS는 '4·3대책'에 따른 만기연장 대상에서 제외, 매수자(기관투자자)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금감원 노태식 비은행감독국장은 "3월만 해도 회사채 공모발행이 단 한 건도 없었을 정도로 심각한 경색상태에 빠졌던 채권시장이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사뿐 아니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반기업들도 시장여건 개선으로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업 자금조달 여건은 아직 한겨울

시장은 외견상 안정을 찾고 있지만 기업들의 체감지수는 아직 한 겨울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대한투자신탁 이애실 연구원은 "채권 발행이 일부 우량기업에 한정된데다 발행금리도 워낙 높아 기업으로선 부담이 훨씬 커졌다"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아예 거래가 끊겨 금리 형성조차 안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여건이 개선됐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용등급 A 이상의 우량기업이 기준 금리(기업신용등급별 증권업협회 기준 수익률)보다 높게 회사채를 발행한 비율은 SK사태 이전 3%에 불과했지만 SK사태 이후 63%로 급증했고, 회사채 지표금리인 AA-등급 회사채 발행시의 평균 가산금리도 -0.27%에서 0.11%로 급등한 상태다.

카드채만 해도 수익률(3년물·AA- 등급 기준)이 올 1∼2월 5.3∼5.4%에서 지난 달초 7.1%를 넘는 수준까지 급등(채권값 급락)했다가 중순부터는 7.1% 안팎의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기관들의 매입 기피로 거래가 되 살아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 사이에 카드채를 매입할 경우 만기에 제대로 상환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아직 팽배하다"며 "회사채 시장의 회복은 정부대책으로 유동성을 공급 받은 투신권 등이 앞으로 얼마나 채권 매입에 가세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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