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는 2일 지명관(사진) 이사장이 정연주 사장 선임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사견을 이사회 전체의 의견인양 말해 이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사들은 3일 오전 긴급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정리해 강력히 대응키로 했다.지 이사장은 2일 한 언론이 보도한 인터뷰에서 "서동구 전 사장을 밀었던 청와대 라인이 '이번에는 정연주씨를 민다'는 의사를 전해 왔고 정씨가 사장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 사장이 지난달 30일 단행한 본부장급 7명의 해임 및 전보 인사와 관련, 정 사장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 "혁명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인사이며 공기관을 사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KBS의 한 이사는 "이사장이 (청와대의) 청탁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다른 이사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사도 "서동구 전 사장 때도 특정 신문 기자를 불러 들여 외압설을 의도적으로 흘리더니 이번에도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의결한 사항을 나중에 뒤집어 어쩌자는 것이냐"며 "더욱이 이사회 전체의 의견인양 말한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인사 문제에 대해 "홍두표, 박권상 전 사장도 취임 이틀 만에 본부장급 이상을 다 갈아치웠듯 새 사장이 오면 경영진이 일괄사표를 내는 것이 관례이고 새 사장이 경영철학에 따라 새 체제를 갖추는 것은 상식"이라면서 "이사회는 부사장 임명동의권만 갖는데 인사를 이사회와 논의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낸 것은 정 사장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 이사장을 비난했다.
지 이사장은 이날 오전 "며칠간 쉬고 오겠다"며 자택을 떠난 뒤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한편 KBS 직원들은 지 이사장의 돌연한 행동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대화로 풀 수도 있는데 언론에 불쑥 말을 흘린 것은 경솔했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은 일부 인사의 조직적 반발이 배경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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