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한 신문고시 개정안의 핵심은 신문시장에서의 각종 불공정행위에 대해 정부(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터준 데 있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는 신문 구독을 권유하며 자전거 경품을 제공하거나 무가지(無價紙)를 투입하는 등 불공정 판촉행위가 판을 쳐도 신문협회의 자율규제에 맡겨야 했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조사, 제재한다는 것이다.개정안 자체는 아주 간단하다. 공정위 개정안대로 '공정경쟁규약을 시행하는 경우 사업자단체(신문협회)가 우선적으로 이 규약을 적용해 처리한다'는 현행 신문고시 11조에서 '우선적으로'를 삭제한 것이 전부다. 물론 '공정위가 신문협회 처리가 효과적이라고 인정해 신문협회와 협의한 경우는 자율규제하도록 한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판단 주체가 공정위인만큼 일종의 사족(蛇足)인 셈이다.
규개위 경제1분과위원들은 '사업자가 초범일 때, 일부 지역 또는 소액일 때 신문협회가 자율규제한다'는 단서를 붙인 수정안으로 공정위와 신문협회 간의 절충을 시도했지만 공정위의 거센 반발로 백지화됐다.
신문협회는 공정위 규제의 실효성에 여전히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공정위가 신문시장을 상시 지도하고 조사할 인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신문협회 차원의 공정경쟁 활동 감시 기능도 '이중 규제'를 이유로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언론계 일각에서 정부가 선별 규제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편파, 표적 규제 시비는 물론 신문사 경영에까지 정부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공정위와 규개위의 입장은 단호했다. 더 이상 자율 규제에 맡길 수 없을 만큼 신문협회의 자정능력에 문제가 있는 만큼 예외적으로 인정했던 자율규제권을 회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규개위원들도 예상을 깨고 거의 일방적으로 공정위의 손을 들었다. 2시간 이상 논의 끝에 이례적으로 표결까지 갔지만 18명(재적 20명) 위원 중 14명이 공정위 주장을 받아들였다. 규개위 안팎에서는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무가지 배포를 언급하며 "신문만 유일하게 불공정 행위에 대한 예외적 대접과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밝힌 영향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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