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20대 승객들이 아침 출근 길 버스 운전기사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발생
2일 오전 7시20분께 신흥운수 58번 버스기사 배모(66)씨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5동 쌍마로터리 횡단보도 앞에서 버스 앞 문을 두드리는 20대 남자 두 명을 발견했다. 배씨가 문을 열어주자 버스에 올라탄 윤모(24)씨는 대뜸 배씨의 안경을 빼앗아 집어 던진 뒤 멱살을 잡아 흔들고 배씨를 밀쳐 넘어뜨렸다. 버스에는 10여 명의 승객이 있었지만 이들을 말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윤씨는 배씨에게 "왜 정류장에서 버스를 세우지 않고 그냥 지나갔느냐"며 욕설을 했다. 뒤 이어 버스에 올라탄 윤씨의 동료 홍모(23)씨도 버스 요금통을 흔든 뒤 배씨와 실랑이를 벌였다. 승객들이 나서 이들을 뜯어 말리자 두 사람은 버스에서 내렸다.
배씨는 배를 움켜쥔 채 문을 닫고 오전 7시30분께 다시 버스를 출발시켰으나 100m쯤 진행하다가 운전석에 앉은 상태로 갑자기 왼편으로 쓰러져버렸다. 이 와중에 버스가 그대로 달려가는 바람에 대형사고가 날 뻔했으나 승객들이 브레이크를 밟는 등 응급조치끝에 길가의 화물차를 들이받고 멈춰섰다. 운전사 배씨를 즉시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오후 3시20분 숨을 거뒀다.
수사 결과
대리운전일을 하는 윤씨 등은 일을 마치고 이날 오전 4시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술을 마신 뒤 답십리로 옮겨온 참이었다. 이들은 뒤쫓아간 경찰과 버스 승객들에 붙잡혔다. 윤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버스가 우리들을 태우지 않고 출발하는 바람에 쫓아가 따졌다"며 "멱살잡이는 있었지만 때리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배씨에게 지병이 없었다"는 가족들의 진술과 배씨의 MRI 촬영결과 십이지장이 파열된 사실을 확인, 윤씨 등이 배씨를 폭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조사중이다. 목격자 김모(49·여)씨는 "운전기사 배씨가 윤씨 등과 실랑이를 벌인 뒤 '애들이 나를 쳤다. 가슴이 아파 죽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서울 청량리경찰서는 3일 배씨의 사체를 부검,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고 윤씨와 홍씨에 대해서는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