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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생산자 교육"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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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생산자 교육"의 시대

입력
200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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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21세기를 지식·정보화 시대라고 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사회 전반에 걸쳐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가 중시되고, 그러한 지식과 정보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시대라 할 수 있다. 다양화· 전문화·특성화로 특징지어지는 지식·정보화 시대에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산업구조의 특징에 부합하는 전문적 능력을 갖춘 다양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요청된다.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종래에 강조되어 왔던 '소비자 교육'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생산자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소비자 교육의 특징 중 하나는 최종 산출물에 대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듯이, 여러 가지 상품 중에서 같은 값이라면 가장 좋은 물건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같은 품질이라면 싸게 파는 곳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최종 산출물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상품 그 자체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는 필요하지만, 그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이나 절차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는 거의 불필요하다. 소비자 교육에서는 좋은 상품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는 매우 중시되나, 그러한 상품을 생산하는 방법이나 절차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는 거의 중시되지 않는다. 따라서 소비자 교육이 강조되면 강조될수록 학생들은 최종적인 결과물로서의 지식이나 정보에만 관심을 가질 뿐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생산하는 과정이나 절차에 대한 관심은 점점 사라지게 된다. 소비자 교육을 강조하게 되면 결국 지식이나 정보의 단순한 암기만을 강조하게 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의 생산이나 활용 능력은 도외시하도록 하여 교육의 질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마저 저하시키게 된다.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이하여 개인의 소질과 특성을 신장·발전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생산자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생산자 교육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유의미한 생산'을 중시하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 물고기를 잡거나 기르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생산자 교육의 주된 관심은 새로운 상품(지식이나 정보)을 생산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과정이나 절차를 중시하게 된다. 참고로 소비자의 주된 관심이 이미 생산된 것에 대한 최선의 선택이라면, 생산자의 주된 관심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생산하는 일이다. 그리고 생산자는 소비자와 달리 자신이 생산한 상품의 품질이 다른 것에 비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신이 생산한 상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며, 자신의 상품을 개선·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따라서 생산자 교육을 강화하면 개별 학습자는 생산을 위한 방법이나 절차를 습득하는 것을 중시하게 되고, 생산 과정에서 수시로 직면하게 되는 제반 문제 상황을 현명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중시하게 되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창출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신장·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요컨대,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현명한 선택'보다 '유의미한 생산'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종래의 '소비자 교육'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생산자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물론 현명한 선택도 중요하다. 하지만 선택은 생산을 전제로 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생산이 없는 선택은 우리나라를 다른 나라의 경제적·문화적 식민지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소질과 특성을 신장·발전시켜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창출하고 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임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백 순 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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