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경제 부처 장관들이 본인이나 배우자 명의로 업무와 관련이 있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1일과 2일 잇따라 공개 서한을 통해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에게 관련 주식을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단체들은 경제 장관들의 관련 주식 보유가 공직 수행의 공정성과 국가 정책의 신뢰성을 해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일부에서는 강제로 주식을 매각토록 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참여연대는 2일 "진 장관이 삼성전자 주식(9,194주)과 스톡옵션(7만주)을 계속 보유한다면 아무리 사심 없이 정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그 순수성을 의심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삼성전자 주식과 스톡옵션을 매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전임 이상철 장관도 취임 후 상당한 손실을 보면서 KT 사장 시절 매입했던 KT 주식과 KTF 주식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경실련도 1일 비슷한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진 장관 앞으로 보냈다. 진 장관은 최근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 모 금융기관과 신탁 계약을 맺어 임기 중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주식신탁 계약을 했더라도 임기 중에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 임기 후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진 장관 외에도 최종찬 건교부 장관은 부인이 중견건설 업체인 임광토건 주식 20만3,200주 등 10억4,600만원 어치(신고가액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최 장관은 임광토건 오너의 사위다. 또 이정재 금감위원장은 본인 명의로 제일모직 400주 등 5개사 주식 2,640만원 어치, 배우자 명의로 5,741만원어치를 갖고 있다. 금감위측은 "이 위원장 부부의 주식은 장기증권 저축을 통한 간접투자이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고위 공직자의 주식 보유 현황을 등록·공개토록하고 있으나, 주식 투자 및 보유에 대한 규제 조항은 없다. 공직자 윤리강령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를 금지하고는 있으나, 이마저도 공직을 맡기 전에 산 주식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지난해 민주당 제2정조위원장을 맡으면서 조흥은행 주식 1만여주를 매입가보다 헐값에 매각했던 김효석 의원은 "공직자가 오해를 살만한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법적으로 '이해 충돌'을 방지하는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연구원 김형태 연구위원은 "고위 공직에 취임했다고 해서 그 전에 갖고 있던 관련 주식을 강제로 팔게 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고 할 수 있다"며 "고위 공직자의 양식과 윤리에 맡겨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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