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포스트게이트 지음·박형욱 옮김 코기토 발행·1만5,000원
어떤 생명은 섭씨 55∼65도에서도 무럭무럭 자란다. 정상적인 생명이라면 48도를 넘으면 이어갈 수 없는데도 말이다. 이 놈들은 뜨거운 것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른바 '정상 수온'이라는 데서는 잘 견디지를 못한다. 심지어 어떤 것들은 70도의 온도에서도 무럭무럭 자란다.
또 어떤 것들은 소금에 열광한다. '소금 중독'으로 불릴 정도다. 염분의 농도가 워낙 높아 금세 죽을 것 같지만 이놈들은 너무 즐거워한다. 어이없게도 평범한 해수와 담수 속에서는 즉시 죽어버린다.
'극단의 생명'은 극단의 조건에서도 생명을 지켜온 미생물의 이야기다. 저자인 존 포스트게이트는 영국 서섹스대 미생물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다. 미생물학 전문가인 그는 서문에서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생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과학자가 아닌 독자들에게 전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쉽게 읽히도록 하기 위해 애썼다는 뜻이다. 저자는 미생물이라는 생명체의 다양하고 독특한 생존방식을 설명하되 복잡한 공식과 기호, 그래프와 전문 용어를 거의 쓰지 않았다.
어떤 세균은 뜨거운 온천욕을 즐기고 또 어떤 세균은 소금이 없으면 한시도 살 수 없다. 어떤 세균은 부동액을 갖춰놓았고 또 어떤 세균은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능력을 갖췄다. 극단의 환경에서 보여주는 미생물의 적응력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지구의 시작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생물은 생명을 이어왔으며, 심지어 미생물로 말미암아 지구는 현재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일례로 '질소고정균'이라는 미생물이 없었다면 지구의 토양과 물 속의 질소는 오래 전에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구 환경과 생명의 진화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무엇보다 와 닿는 것은 미생물의 생존 전략을 인간의 그것과 비교한 부분이다. "얻을 수 있는 것을 재빠르게 잡아채고 이웃을 밀쳐버리는 것은 생존 공간을 얻기 위해 미생물이 사용하는 유일한 전략처럼 보인다. 이런 전략이 매력적인 것은 아니지만, 최고로 진화한 인간도 자주 보여주는 모습임에 틀림없다. 당신 자신을 돌이켜 보라!"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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