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배임수재가 아니라 배임증재였나?"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 영장이 기각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공무원 상납용 비자금을 마련한 기업인에게 배임증재 혐의 대신 배임수재 혐의를 잘못 적용해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박해성 부장판사)는 2일 거래 업체로부터 공무원에게 줄 뇌물 자금을 요구받고 회사돈으로 비자금 1억6,000만원을 만들어 준 L전선 부사장 이모(56)씨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비자금을 만들어 준 것이라면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가 돼야 하는데 돈을 받은 경우 적용하는 배임수재로 기소돼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1998년 K사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지도위원 김모(징역 2년)씨에 공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상납할 뇌물 자금을 하도급 업체인 L전선에게 요구했다. L전선은 회계장부상 비자금 조성이 어렵자 재하도급 업체인 N사에 비자금 1억6,000만원만큼 공사대금을 추가로 얹어 지불하고 돈세탁을 한 뒤 돌려받아 K사에게 전해줬다.
이씨는 이 때 L전선 부사장으로 부임해 비자금 조성 임무를 이어받아 그대로 추진한 혐의다.
검찰은 "N사에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씨에게 배임증재 혐의를 적용, 공무원 김씨와 함께 기소했으나 이씨는 지난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씨가 배임증재 혐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기소가 되지 않아 별론으로 하고, N사로부터 돈세탁만 받았을 뿐인데 이를 금품수수(수재)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에서 "비자금 조성이라는 편의를 제공받아 이득을 취했다"고 공소장까지 변경하며 항변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또한 "배임증재는 되지만 배임수재는 되지 않는다"고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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