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미 서부 시간) 저녁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서 있었던 이라크전 종전 선언은 잘 짜여진 '드라마'였다. 미 해군 1호기를 타고 온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전투조종사 복장으로 항공모함에 내리면서 "3분의 1은 내가 조종했어!"라고 소리쳤다."모든 사람은 물과 공기를 필요로 하듯이 자유를 원한다"면서 '자유 이라크'가 도래했다고 역설하는 부시의 모습은 말 그대로 주연 배우였다. 5,000여명의 군인들이 기립박수를 보내자 부시 대통령은 눈시울을 붉혔다. 낮고 위엄 있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연설하는 모습은 2001년 9·11 테러가 나던 날 TV에 나와 몇 개 단어를 잘못 읽던 때와는 달랐다.
이날의 함상 연설은 부시의 재선 캠페인으로는 성공작이란 평가다. 그러나 연설에 자주 등장한 '자유' '평화' '안전' '민주주의'등의 메시지는 전혀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그는 연설 도중 미군 사망자들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도 무고하게 죽어간 이라크 민간인들 문제는 전혀 꺼내지 않았다. 부시는 "신이 미국을 축복할 것"이라는 말로 연설을 끝낼 때까지 미군 공습으로 두 팔이 잘린 이라크 소년이나 일가족 10여명을 잃은 노인에 대해서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부시가 말한 인권과 자유는 과연 누구의 인권이고 자유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인들은 오히려 압도적 군사력을 앞세워 국제사회를 단극 체제로 몰아가는 일방주의를 목도하며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의 희생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돌리는 휴머니즘이 없다면 미국은 결국 '외톨이 슈퍼파워'(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김광덕 국제부 기자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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