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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라크전 사실상 종전선언/승전 부시 "경제회복" 전선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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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라크전 사실상 종전선언/승전 부시 "경제회복" 전선이동

입력
200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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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일 귀환 중인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 호에서 이라크 전쟁의 종료를 명백히 선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요 전투가 끝났다"는 부시의 발표는 곧 3월 19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전쟁 개시를 선언한 지 43일 만에 이라크에서 진행돼온 군사적 국면이 일단락 됐음을 의미하는 사실상의 종전 선언이다. 동시에 미 역사상 전쟁을 가장 단기간에 끝낸 부시 대통령에게 이날은 승전의 축하 속에 2004년 재선 승리를 향해 달리는 출발점이기도 했다.부시 대통령은 이날 연설의 초점을 '부시 독트린'을 확장하는 데 맞추었다. 그는 "이라크 전은 2001년 9·11 테러로 시작된 광범위한 대 테러전 승리의 일부분"이라고 선언했다. 또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하는 정부에 대한 그의 단호한 어투는 이란과 북한을 직접 겨냥하는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가 이 시점에서 전투종료를 선언한 결정적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사실상의 종전 선언은 미군의 역할을 '점령군'에서 '치안 병력'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이라크 안팎에 배치된 30만 병력의 주력군을 철수할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또 군사적 지원에는 반대했던 국가들이 이라크 내 인도적 구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다 중요한 목적은 미국 내에 있다. 부시가 시선을 더 이상 바그다드에 두지 않고 국내의 우려 사항, 즉 경제와 사회보장 문제에 돌릴 것임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장치라는 지적이다. 이 신문은 "부시가 전시 최고 사령관으로서의 정치적 역할을 떠나 경제 청지기로서 발을 디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가 보다 명확하게 종전을 선언하지 않은 데는 종전을 선언할 경우 현재 미군이 심문중인 6,000여명의 이라크 포로를 제네바 포로협정에 따라 석방해야 한다는 국제법상의 현실적인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부시의 사실상 승전 선언에도 불구하고 그의 앞에는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우선 사담 후세인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아직도 오리무중인 오사마 빈 라덴처럼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후세인은 부시의 종전 선언을 가로막고 있다.

생·화학무기를 찾을 수 없는 것은 그에게 더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부시는 "이미 조사해야 할 수 백 곳을 알고 있다"는 말로 비껴 갔지만 생화학 무기를 발견하지 못할 경우 미국 안팎에서 전쟁의 명분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라크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미국의 의도대로 이라크에 성공적인 민주정부를 세워 중동의 세력을 재편하려는 야심찬 계획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라크가 정치적 안정을 이루지 못하고 표류할 경우 부시는 국내 선거에서의 부담은 물론 역사적으로도 절반의 승리를 기록한 지도자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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