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대마초보다 중독성이 강한 마약입니다. 약물 오·남용을 막는다고 의약분업은 하면서, 독약 오·남용에 대해선 정부가 그냥 보고만 있다니 말이 됩니까."늘 과격한 금연론으로 흡연자들을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박재갑(朴在甲·55) 국립암센터 원장이 세계금연의 날(31일)을 앞두고 '담배와의 전쟁'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2일 국립암센터 주최로 마련한 금연심포지엄의 주제는 '아편 대마초 담배'. 그는 "담배는 4,000여종이 넘는 유해화학물질을 가진 독극물의 집합체로 세계보건기구는 마리화나보다 더 강한 중독물질로 규정했다"면서 "담배는 재정경제부가 아니라 식품의약안전청이 규제,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달 그는 전 언론사 발행인에게 "5월 5일 어린이날부터 신문에서 흡연사진을 싣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협조문을 보냈다. 박 원장은 "유력 신문에 흡연사진이 게재될 때마다 금연 운동이 무력화하고 있다"면서 "한국일보부터 사고(社告)를 통해 금연 사진을 신문에서 추방하겠다고 선언해달라"고 요청했다.
스스로 국가가 공인한 '담배와의 전쟁' 작전사령관이라 밝히는 그는 청소년들을 흡연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전국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흡연여부를 확인하는 소변검사를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1년에 1∼2번 불시에 소변검사를 한다면,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담배를 필 엄두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이스틱을 이용해 소변검사를 한번 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1,000원. 1,000만명의 학생을 위해 10억원만 지원하면 된다는 것. 그는 "학교에 소변검사용 스틱을 무료로 나눠주고, 검사는 학교 자율에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이미 선린상고, 인천생활과학고에서는 입학전형에 담배 피우는 학생은 뽑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는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게 하려면, 담뱃값도 1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부담을 느껴 담배를 살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흡연자가 봉이냐'라는 항의를 의식한 탓인지, 대신 담배 판매액은 전액 흡연자를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년 500원씩 담뱃값을 10년간 인상하면 50조원의 기금을 모을 수 있다" 며 "연 2조원이면 흡연으로 인한 암 환자들에게 치료비 전액을 지원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 대장암 수술 전문의로 1년에 300여명의 목숨을 구한다면, 금연운동은 수만 명의 목숨을 구한다는 점에서 훨씬 보람차다" 며 "거의 매일 150여명이 흡연때문에 사망하고 있는데, 침묵한다면 국민의 생명을 빼앗는 공범자가 되라는 말 아니냐"고 반문했다. 흡연자들의 공격 같은 건 거뜬히 견뎌낼 수 있다는 말이다.
/송영주 편집위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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