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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박인수 교수 정년퇴임 기념 민요독창회/민요… 그 "흥의 울림"을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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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박인수 교수 정년퇴임 기념 민요독창회/민요… 그 "흥의 울림"을 세계화

입력
200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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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로 정년을 맞는 테너 박인수(65·서울대 성악과) 교수는 1989년 "넓은 벌 동쪽 끝으로"로 시작되는, 정지용의 시 '향수'를 가수 이동원과 함께 노래한 성악가로 유명하다. 그가 이번에는 민요를 부른다. 퇴임 기념으로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명의 제자들과 함께 '민요 독창회'를 준비했다.박 교수와 민요의 인연은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기념 작품인 김동진 작곡의 오페라 '심청전'으로 시작됐다.

"70년대만 해도 독창용 민요는 가곡으로 편곡된 '박연폭포' 정도였지요. 해외 공연 때도 '가고파'나 '보리밭' 등 한국 가곡을 많이 불렀습니다. 서양인들은 아름다운 노래라고 칭찬을 했지만 우리 전통가락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오페라 '심청전'을 하면서 민요를 이런 식으로 소화해 내면 좋겠다고 생각해 작곡가들에게 민요 채보와 편곡을 부탁했습니다. "

이와 함께 그는 서양 발성법으로 우리 민요를 어떻게 부를 것인지를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우리 전통 창법은 깊이가 있는 반면 벨칸토 창법보다는 울림이 떨어집니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그 동안 연구한 발성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그는 무엇보다 '흥'을 강조했다. "어랑∼ 어랑∼ 어허야∼" 직접 시범을 보여주는 뱃노래에는 우리 리듬이 살아있다. "아무리 정확하게 악보로 옮겨도 서양인이 우리 몸에 밴 정서까지 흉내낼 수는 없습니다." 민요를 서양 발성으로 세계화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 이유도 이런 '본토' 정서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리지널'과 '정통'을 무조건 고집하는 데는 반대다. "한국처럼 '정통'을 심하게 따지는 곳이 없어요. 오페라만 해도 예전에는 정통음악보다 대중음악에 가까웠습니다."

'향수'를 부른 후 "순수예술을 모독했다"는 주변 비판으로 91년 국립 오페라단에서 스스로 나와야 했던 일을 두고 "그게 순수예술에 대한 망신이라면 노래 부른 제가 망신이지 오페라단이 망신입니까"라고 아직까지 남은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외국에서는 이미 80년대 초 가수 존 덴버와 3대 테너의 하나인 플라시도 도밍고가 함께 '퍼햅스 러브'(Perhaps Love)를 불렀다. "제가 좋아서 했고 판단은 듣는 사람의 몫이죠. 자기가 좋으면 성악가가 뮤지컬도, 가요도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의 작업을 모은 이번 독창회에서는 '한오백년' 등 10곡의 민요를 선보이며 도올 김용옥이 노래말을 만들고 국악 작곡가 박범훈(중앙대 부총장)이 작곡한 '이 땅에 살자꾸나'가 초연된다. 김민(서울음대 학장), 김동길(연대 명예교수), 김남조(시인), 임권택(영화감독), 유덕형(서울예대 이사장) 등 다양한 인사들이 박 교수의 이번 독창회를 돕는다. 플루트를 전공한 아들 상준씨도 함께 음악회에 출연한다. 장고, 해금, 가야금등의 반주로 박 교수가 제자들과 '농부가' 등을 메기고 받는 흥겨운 한마당이 연출된다.

박 교수는 앞으로 서울대 명예교수로 주 1회 출강하며 성악 아카데미를 설립해 민요 발성법 등을 전수할 예정이다. 여름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8회의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퇴임은 은퇴가 아닙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현역입니다." 공연문의 (02)581―5404

/글·사진=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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