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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납치땐 전국에 경보 방송 / 美 "유괴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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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납치땐 전국에 경보 방송 / 美 "유괴와의 전쟁"

입력
2003.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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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자 사라 해밀턴·6세·흑인 여아. 납치용의자 30세 가량·백인·남자, 청색 점퍼에 밤색 바지 차림. 사건 발생 시각 4월 30일 낮 1시 10분경. 발생 장소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오크마 놀이터. 범인은 이곳에서 그네를 타던 해밀턴양을 유인해 검은색 도요타 캠리에 태워 I66 고속도로를 타고 서부 버지니아쪽으로 달아난 것으로 추정됨."미국에서는 30일(현지시간)부터 18세 이하 미성년자 납치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런 식의 경보 내용을 전국의 TV와 라디오, 고속도로 방송 및 전자표지판 등에 알리게 됐다. 이름하여 '앰버 경보 시스템(AMBER Alert System)'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일부 주에서 실시 중인 이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어린이 보호법'에 서명한 뒤 공포했다. 부시 대통령은 "어린이 보호의 신기원으로 기록될 이 법률의 공포로 미국의 모든 공동체가 납치수사와 어린이 보호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납치에 대한 미국 사회의 총력전이 개시됐다는 선언이다.

이 법에 따라 수사 당국은 납치 사건 발생 즉시 미 전역의 방송 매체 등을 통해 납치된 어린이와 납치범의 인상착의, 신상자료 등을 속보로 공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방정부는 법무부에 앰버 조정관을 설치하고, 2,500만 달러를 들여 통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법의 효용에 대해 "납치사건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전 사회가 포위망으로 작용함으로써 범인들이 빠져나갈 물리적 심리적 틈새를 모두 봉쇄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시는 이를 "납치범들은 도로에서조차 옆 차 운전자가 자기를 신고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게 될 것"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주 단위의 앰버 시스템을 연방정부 차원으로 확대한 이유는 실종 사건 초기 납치된 어린이들이 살해되는 비율이 높아 신속한 초동 대응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미 41개 주에서 이 시스템을 통해 50여 건의 납치사건이 해결된 바 있다.

1996년 텍사스에서 납치된 뒤 무참히 살해된 9살 소녀 앰버 해거먼의 이름을 딴 앰버 경보 시스템은 '미국의 실종:비상 방송 대응(America's Missing: Broadcast Emergency Response)'의 약자(AMBER)이기도 하다.

해거먼의 어머니 다나 노라가 이 법에 서명하는 부시 대통령 옆 자리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린 데서 짐작되듯 이 법의 통과는 희생자 부모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특히 지난해 여름 15세 소녀 엘리자베스 스마트를 납치로 잃었다가 9개월 만에 기적처럼 되찾은 스마트 일가의 애끓는 호소가 모든 미국 부모들의 마음을 뒤흔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미국에서는 매년 80여 만 건의 실종·납치 사건(성인 포함)이 발생하며 이중 100여 건이 심각한 어린이 납치사건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우리나라 등 각국에도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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