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조기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우리 경제를 위협하던 국제유가도 다행히 한풀 꺾였다. 그렇지만 전쟁이후의 유가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번에는 유가 상승 단계별 3단계 대응계획 중 2단계까지 시행했지만 중동정세의 변화는 석유수입 세계 4위, 석유소비 6위의 우리나라에는 바로 직격탄이 된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에너지위기 때마다 가장 먼저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단기대책과 함께 중장기적인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로의 이행이라는 시급한 상황을 맞고 있다. 그 동안 정부에서도 에너지이용 효율향상 및 대체에너지 개발·보급에 많은 힘을 기울여 상당 부문에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때 세계 1,2위를 다투던 에너지소비증가율도 낮아지고 있고 고효율기기나 에너지절약형 가전제품들이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발전, 에너지 재활용시설들이 국내 곳곳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체에너지 이용을 통한 에너지생산은 이제 전체의 1%를 겨우 넘고, 더구나 폐기물 소각을 제외하면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이제는 대증적 차원의 절약수준을 넘어서 더욱 강도 높게 에너지 저소비형 환경 조성을 위한 투자가 확대되어야 할 시기다.
정부는 에너지절약을 실천하는 기업을 위해 장기저리의 자금 및 세제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에만 5,255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 Energy Service Company)을 통해 절약투자를 하고 여기서 발생한 에너지비용 절감액을 투자비와 이윤으로 회수해가고 회수기간이 끝나면 시설 설치기업은 별도의 투자비 부담 없이 에너지절약효과를 공유할 수 있는 제도도 있다. 에너지절약 시설투자는 그 투자비에 비해 회수기간이 매우 짧고 투자조건도 좋아 지금 같은 시기에는 기업에게 큰 도움이 된다.
대체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시급하다. 대체에너지는 초기투자비 대비 경제성이 미흡하여 초기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만이 아닌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대체에너지 이용 기술은 바로 미래의 훌륭한 사업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에너지절약 시설 투자에 나서야 될 이유는 단지 원가절감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국제사회는 온실가스 저감에 대해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생산·물류·판매·폐기 전 과정에 에너지를 덜 쓰고 온실가스를 저감시키는 제품만이 앞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21세기를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 때만 반짝했다 유가가 떨어지면 사라지는 식의 에너지대책으로는 다가오는 파도를 극복할 수 없다. 에너지절약 시설에 대한 투자는 100% 성공을 가져오는 확실한 투자다. 비용 부담 없이도 현재와 미래에 걸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정 장 섭 에너지관리 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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