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업체에 고급인력이 몰리고 있다.급전을 빌려주는 고리사채업자라는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은행 및 대기업 간부들이 대금업체 최고경영자(CEO)나 중간관리자로 속속 뛰어들고 있다. 특히 국내 대금업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일본계 대금업체의 경우 신입사원 공채에 석사 학위 소지자나 해외 유학파들이 대거 몰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계 대금업체의 CEO나 중간간부는 거의 대기업이나 시중은행 간부출신으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수원 A&O인터내셔널 대표이사는 삼성증권 도곡동 지점장 출신이고, 여성전용 대금업체인 해피레이디의 오승열 대표는 1998년 제일기획에서 최연소(36세) 국장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강승태 파트너 크레디트 대표는 신한세텔렘 캐피탈 부사장을 지냈고, 김용석 프로그레스 전략기획부장은 스위스저축은행 출신이다. 이밖에 A&O인터내셔널의 이영식(제일은행) 오수환(동화은행) 강형철(삼성생명) 부장도 금융권 출신이며, 안진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활동하던 백지건씨는 프로그레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학석사(MBA) 출신인 차미호씨는 해피레이디에서 각각 일하고 있다.
입사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달 실시한 일본계 대금업체 프로그레스의 대졸신입사원 공채에는 30명 모집에 무려 1,2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 4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 가운데에는 석사학위 이상이 89명, 해외 유학파가 62명, 토익(TOEIC) 성적 800점 이상자가 336명을 차지했다.
토종 대금업체의 경우도 연봉이나 근무여건이 대기업 수준이어서 갈수록 고급인력이 늘어나는 추세다. 월 평균 대출잔액이 100억원을 넘는 대호크레디트의 경우 김은운 회계실장이 제일은행 출신, 문삼성 전무가 한진해운 출신이다. 수시채용으로 뽑는 신입사원의 20%는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본계 대금업체를 중심으로 고급인력이 집중되는 것은 은행권에 뒤떨어지지 않는 고액 연봉 때문. 일본계 한 업체의 경우 3년차 연봉이 4,500만∼5,500만원, 부장급 연봉이 7,000만∼8,000만원에 달하고 별도의 성과급까지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호크레디트, 굿머니 등 토종 대금업체의 연봉 수준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금업체의 높은 성장가능성도 고급인력이 몰리는 한 이유로 꼽힌다. 98년 한국에 상륙한 A&O인터내셔널의 경우 대출잔액 기준으로 매년 150%씩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순이익은 매년 80%씩 증가했다. 또한 국내 일부 대금업체들이 올해 말 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대외신인도를 높일 계획이어서 대금업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될 전망이다.
A&O인터내셔널 성열용 인사팀장은 "일본의 경우 MBA 출신과 유명대학 경영학부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기업으로 다케후지나 아쿠무 등 대금업체들을 꼽고 있다"며 "국내 대금업시장 규모가 20조∼80조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앞으로도 은행이나 증권사의 많은 고급 인력들이 대금업체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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