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구 제일제당) 식품·생활해외마케팅팀 직원 김관용씨는 결혼을 앞두고 최근 회사로부터 2,000만원의 주택자금 대출을 받았다. 이자는 회사에서 해마다 받는 복지포인트 555포인트 중 200포인트를 사용해 해결한다. 또 일본어 학원 수강과 인터넷쇼핑 등에도 약 300포인트를 사용했다. 남은 복지포인트로는 휴가 때 콘도나 호텔을 이용할 계획. 김씨는 지난해에는 설, 추석 명절 때 가족을 위한 선물을 구입하는데도 복지포인트를 사용했다. CJ의 직원들은 맞춤식 복지제도의 혜택을 누린다. 주택자금 대출, 학자금 지원이나 천편일률적인 명절선물 이외에는 이렇다 할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사내복지와는 차이가 있다.1999년부터 회사가 선택적 근로복지제도를 도입해 주택자금 대부, 학자금 지원, 자사제품 구입, 콘도 이용, 자기개발 등의 다양한 복지후생 메뉴 가운데 개개인이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연간 약 55만원 상당의 한도에서 어떤 복지 혜택을 누릴 것인가를 직접 설계한다.
선택적 근로복지제도는 97년 한국IBM이 국내 처음 도입한 후 LG유통 CJ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삼성생명 포스코 KTF 등의 민간기업 20여곳이 실시중이다. 올해부터는 기획예산처 중앙인사위원회 경찰청 등의 공공기관도 시범실시에 들어간다.
CJ는 이 제도를 도입한 뒤 모든 직원에게 고른 복지후생 혜택이 돌아가게 됐다. 인사팀 권혁찬 과장은 "복리 후생에 대한 직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제도"라고 말했다. 주택자금 대출이나 자녀의 학자금 지원은 소수의 직원만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제도하에서는 대다수의 직원들이 복지 혜택에서 배제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학자금 지원이 필요 없는 20∼30대 직원들은 대부분 콘도 이용이나 외국어 학습 등을 많이 선택하고 있다.
CJ의 직원 1인당 소요되는 총복지 비용은 사원이 포인트를 활용하는 것과 회사가 부담하는 것을 합쳐서 약 600만원. 우리나라 대기업 평균인 220만원의 3배지만 회사는 이 제도를 통해 복지비용이 개인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후생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김관용씨는 "쓸모없는 복리후생으로 생색내기보다는 실제 필요한 것들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실속이 있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선택적 근로복지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확산 속도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삼성 그룹이 도입을 검토했다가 실시를 유보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기업들은 도입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기업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 복리후생비용이 증가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지원책이 미비하기 때문.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경제연구원 김일환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기업의 근로자 복지 투자는 미흡한 편이기 때문에 선택적 근로복지제도를 도입하면 복지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복리후생 부문의 비과세를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동부는 지난해 수립한 근로자복지증진기본계획을 통해 선택적 근로복지제도 도입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주가 손비 인정을 받는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선택적 근로복지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기금의 출연금 사용한도도 50%에서 80%로 늘렸다. 또 중소기업에는 전산프로그램 등 관리 체계를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요구하는 세제 혜택 확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세제 혜택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부처간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75% 이상이 선택적 근로복지제도를 시행할 정도"라며 "미국서 이 제도가 활성화한 이유는 정부가 세제 혜택으로 적극 유도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구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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