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환경오염, 인구팽창, 식량·자원 고갈 등이 지구촌의 문제로 등장한 이후 환경·생태운동은 그 이론적 기반을 여러 사상과 종교에서 찾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어느 종교나 사상보다도 불교가 환경·생태 철학과 공유 부분이 많다는 점이 서구에서 먼저 자연스럽게 인식됐다. 그 결과로 등장한 것이 '불교생태학'이다.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몇몇 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불교와 생태 문제가 이제 본격적 학문 연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2일 오후 교내 다향관 세미나실에서 '불교생태학 그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의 학술세미나를 연다. 불교와 생태를 논의하는 국내 첫 학술 모임이다.
홍기삼 동국대 총장은 "서구 사회가 이성의 추구를 바탕으로 과학문명을 일궈냈지만 지구 황폐화와 오염 등 생태적 파괴를 초래했다"며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여기는 불교는 이를 치유하는 학문으로 논의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의의를 밝혔다.
구승회 동국대 문화윤리학과 교수가 '현대 생태사상의 경향과 전망'을, 불교문화연구원 류승주 연구원이 '불교생태학의 현주소', 최종석 연구원이 '불교생태학의 가능성과 필요성', 박경준 불교학과 교수가 '불교생태학 프로그램의 발전적 추진방향'을 각각 발제한다.
90년대 이후 활발히 논의된 서구의 불교생태학은 생태문제에 대한 불교적 인식 틀을 어떻게 구성하고 불교적 환경운동의 논리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등의 방법론을 모색하는 방향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불교생태학이 '기독교와 합리적 이성'에 기반한 현대 사회의 자기파괴적 패러다임을 보완할 수 있는 인문학의 한 분야가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자리이다. 류승주 연구원은 "서구의 불교학자들은 초기불교와 티베트불교, 일본의 선불교에 주로 경도돼 있다"면서 "생태계의 생성과 지속, 소멸의 에너지를 유기체들의 욕망, 즉 업력(業力)으로 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길을 제시하는 불교적 세계관은 건전하고 바람직한 생태학적 사유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종석 연구원은 "모든 만물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연기법(緣起法)은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생명 중심주의, 나아가 생태 중심적 사고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현실 문제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준 교수는 "협의의 불교생태학은 환경, 생태 문제를 불교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응용 불교학의 한 분과이나 광의로는 불교와 생태학의 이념을 바탕으로 학제간 연구를 통해 이뤄지는 통합적 학문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문명론적 패러다임의 변환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에서 불교생태학에 대한 학문적 가치 부여는 정당하며 아마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한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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