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산의 색깔이 짙어진다. 신록의 계절이다. 사람이 몰리는 관광지나 유원지를 피해 직접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 때 맞춰 몇 차례의 비가 내려 계곡의 물도 풍성해졌다. 연초록 나뭇잎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냄새, 하얀 바위를 감싸도는 맑은 물, 그리고 이름 모를 들꽃…. 강원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가 대답이다. 그 중에서도 야생화의 명소인 곰배령과 길조차 없는 계곡, 아침가리가 대상이다. 과거에는 꼭꼭 숨어있는 땅이었지만 이제는 살아있는 생태계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자연 전시장이 됐다. 자연 속에서의 여행법은? 오직 걷는 것, 트레킹이다.준비
오지이기 때문에 호텔이나 여관 등의 숙박시설이 없다. 민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진동리의 민박 시설은 거의 펜션급이다. 대부분의 민가에서 민박을 치고 50% 정도는 취사도구와 바비큐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심이 좋다. 주인과 마음이 맞으면 호텔 이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침가리민박(033-463-9975), 나무꾼과 선녀(033-463-5757) 등이 대표적이다.
방태산자연휴양림(463-8590)을 이용해도 좋다. 통나무 산막은 연휴 예약이 이미 끝났다. 휴양림측은 이번 연휴부터 야영 시설을 개방할 예정이다. 약 40개 정도의 텐트를 칠 수 있다. 취사시설이 되어 있다. 휴양림 인근에도 민박 시설이 많다.
주로 걷는 여행이다. 등산화는 필수. 물에 빠질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벌의 옷과 양말도 필수이다. 밥을 직접 지어먹는 경우가 많다. 양념한 고기를 넣을 아이스박스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가는 길
6번, 44번 국도를 이용해 양평을 거쳐 홍천으로 간다. 왕복 4차선길, 거의 고속도로다. 홍천을 지나 인제 방향으로 계속 가면 철정리검문소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우회전, 451번 지방도로를 타고 상남리까지, 상남리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북상하면 기린면 현리가 나온다. 현리 입구에 방태교라는 다리가 있다. 다리를 넘자마자 우회전하면 진동리로 들어가는 418번 지방도로다. 약 6㎞ 들어가면 진동리다. 배가 고파도 조금 참는다. 민박이나 휴양림에서 늦은 바비큐 파티를 연다. 쌀을 씻어 안치고 고기를 구워 먹다 보면 밥이 익는다. 진동리는 큰 건물이나 위락시설이 없기 때문에 밤이면 어둡다. 대신 하늘이 밝다. 별이 쏟아질 듯 떠 있다.
진동리의 첫날
곰배령 트레킹의 날이다. 곰배령은 옛날 양양과 인제를 잇던 길이다. 설악산의 최남단 봉우리인 점봉산을 넘는다. 원시림이 살아있고,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다. 양양쪽으로 15㎞ 정도 더 들어가야 한다. 포장과 비포장이 반복된다. 곰배령에 오르는 길은 설피마을 기린초등학교 진동분교 근처에서 시작된다. 버스를 돌릴 만한 공터가 있고, 차를 50대 정도 세울 수 있는 주차장도 있다. 곰배령 정상까지는 6㎞. 완만한 언덕길이다.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하다. 아이들도 쉽게 오른다. 정상은 넓은 초원이다. 그냥 풀이 아니라 모두 꽃풀이다. 이미 봄꽃이 만개했다.
아침을 지을 때 도시락을 싼다. 정상 초원에서 까먹는 도시락 맛이 일품이다.
곰배령에서 내려오면 한가한 오후를 보낸다. 진동리 앞을 흐르는 방대천의 물이 맑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물가에서 햇살을 즐긴다. 견지낚시를 할 수도 있다.
진동리 군내버스 회차 지점에 맛있는 식당이 있다. 진동산채가(033-463-8484)이다. 흔치 않은 반찬이 나온다. 석이버섯과 목이버섯이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이 집의 대표적인 메뉴는 산채비빔밥. 4∼5가지 산채만 들어가는데도 정말 고소하다.
둘째날
아침가리를 트레킹한다. 길이 없는 계곡이다. 진동산채가 정면으로 입구가 있다. 겉에서는 알 수 없다. 일단 방태천을 건너면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보인다. 곰배령길과는 종류가 다르다. 거의 절반은 물 속을 걷는다. 봄의 물 속 바위는 새로 낀 이끼 때문에 무척 미끄럽다. 반드시 어른이 먼저 디뎌보고 아이들을 이끌어야 한다. 아침가리 계곡 트레킹은 왕복 8시간이 넘게 걸린다. 완전히 주파하는 것은 욕심이다. 1시간 정도 오르면 커다란 너럭바위와 수영장만한 소(沼)가 나온다. 이 곳을 반환점으로 하는 것이 좋다. 바위 위에 앉아 쉬기 좋다.
오는 길
아침가리에서 낮 12시 이전에 내려와야 한다. 교통체증이 심하기 때문이다. 갔던 길로 되돌아 온다. 이 길은 풍광이 아름답다. 길 옆으로 강원도에서도 내로라 하는 아름다운 물길, 내린천이 흐른다. 래프팅 시즌이 시작됐다. 늦게 도착하는 것을 각오한다면 온가족이 내린천의 물길을 타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글·사진 권오현 기자 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