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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오늘 개봉/캐릭터·줄거리 흐릿 "유오성도 "별"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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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오늘 개봉/캐릭터·줄거리 흐릿 "유오성도 "별"수 없네"

입력
2003.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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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의 단편 '별'을 연상시키는 소품이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어린 왕자' 식으로 찍은 '메밀꽃 필 무렵'이다. 러시아 푸쉬킨대학 출신의 신인 감독 장형익은 눈 덮인 설원을 화폭으로 삼아 순백의 사랑을 그려냈다.고아로 자란 통신회사 엔지니어 영우(유오성)는 동네 수의사 수연(박진희)을 마음에 둔 뒤부터 애완견 알퐁스를 핑계삼아 그녀 곁을 맴돈다. 그러나 수연과의 만남이 좌절되자 영우는 심심 산골에 자리한 소백산 기지국 근무를 자원한다. 영화는 잃어버린 아들을 그리워하는 소백산 산골 의사 부부(이호재 김영애)의 이야기를 영우의 이야기와 차곡차곡 포개나간다.

영우와 수연은 왜 엇갈린 것일까, 수연은 다시 영우를 찾을까, 그리고 의사 부부와 영우는 어떤 관계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 둘 채워가는 게 영화의 재미다.

막막할 정도로 넓은 소백산의 설경, 그리고 망망대해 같은 산 속에 섬처럼 떠 있는 별장, 별장 안에서 타닥타닥 불꽃을 피워 올리는 난로가 예쁘장한 풍경을 만든다.

그러나 이런 풍경을 잇는 것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는 없다. 영우와 수연의 캐릭터는 서리가 낀 거울처럼 흐릿하고, 그래서 둘의 헤어짐과 만남도 긴박하지 않다.

'친구'와 '챔피언'에서 강렬한 눈빛을 쏘던 인파이터 유오성은 앞 머리를 내리고 수더분한 인상으로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섬세한 앙상블 연기는 그의 전공이 아닌 듯. 받아들여지지 못한 사랑에 애달파할 때도, 격렬하게 끓어올라야 할 지점에서도 그는 계속 절도를 지키며 바보 같은 사랑만을 연기한다.

영우가 낙도 기지국으로 가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전반부도 허술하다. 곧 밝혀지기는 하지만 뺑소니 누명을 쓰고도 최소한의 자기 항변조차 하지 못하는 성격도 이상하고, 사건을 빌미로 동료를 오지로 내모는 동료들은 괴팍하다 못해 현실성이 없다. 그런 얄팍한 리얼리티는 로맨스의 순도를 떨어뜨린다.

'파이란' '몽정기' 등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십분 드러냈던 공형진이 "난 불자란 말이야!"(눈 내리는 크리스마스를 저주하며) "내가 루돌프야?"(썰매나 타자는 영우에게 면박을 주며) 등의 '주옥 같은' 대사를 던지며 '유배 생활'의 갑갑함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장면이 그나마 관객의 마음을 풀어준다. 1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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