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독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언론독과점 문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며칠 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마이클 파월 의장은 신문협회에서 연설하면서 '같은 지역 내에서 라디오, TV방송국과 신문을 공동 소유할 수 없다'는 교차소유금지법의 폐지 여부를 6월 2일에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에서는 홀츠브링크 신문그룹이 자사 지배의 두 신문을 통합하려 하자 경쟁 신문기업인 악셀 슈프링거 그룹이 합병으로 인한 시장독과점을 주장, 허가권을 쥔 연방독점관리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이 문제들은 해결이 간단치 않다. FCC는 지난해 말에도 슬쩍 비슷한 태도를 보였지만 언론감시단체들과 의회가 강력히 반대해 파월 의장의 구상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독일 연방독점관리청의 경우 최근 언론시장 통합이 가속화하면서 독과점 여부를 더욱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 과거 언론재벌 등이 위헌소송까지 내기도 했으나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물론 독과점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사회전체의 이익이 상당히 크거나 절대적인 공중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판단이 전제돼야만 한다.
왜 선진국조차 이렇게 언론독과점 방지에 나서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독과점은, 물론 시장경쟁의 결과이지만, 도리어 시장경쟁을 해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독과점은 다른 사업자와의 경쟁을 억제하고 독점 가격 등 소비자에게도 불이익을 준다. 우리의 거대 신문사들이 경품 경쟁을 벌이는 것이나 외국 신문들이 덤핑광고와 저가 구독료 경쟁을 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일삼는 것은 모두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목적에서다. 자금력이 약한 신문사들은 이런 불공정행위를 따라 하지 못하면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시장지배력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독과점만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언론독과점은 새로운 매체가 시장에 진입하는 비용을 높이기 때문에 새로운 언론의 출현을 더욱 어렵게 한다. 또 소수로 남은 언론재벌은 응당 언론사주나 모 그룹의 소유지배와 영향력에 예속되기 때문에 언론 본연의 기능과 편집권 행사는 더욱 힘들어진다. 더 큰 문제는 다양한 의견의 존재 가능성을 절멸시키고 소수의 의견만 남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다양한 의견 교류와 여론 형성을 방해해 민주주의의 기본 바탕을 해칠 위험성마저 안고 있다.
특히 우리 언론에서 문제되는 것은 일부 과점 신문사들의 이념적, 정치적 성향이 한 쪽으로 몰려 있는 현실이다. 남북문제, 재벌문제, 노동문제, 지역문제 등 주요 의제와 관련해 비슷한 논조의 신문들이 여론을 장악하여 그 편향성을 고착화하고 건강한 여론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비록 그것이 독자선택권에 의한 결과라고 주장할지라도 그 폐해가 사회의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다스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언론독과점의 정확한 실태 파악과 엄정한 규제 적용이다. 일례로 오스트리아의 경우 특정 언론의 독과점이 아주 심각한데 그 이유는 공정거래법의 신문분야 규제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새 법을 만들었지만 지금도 언론독과점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언론독과점과 불공정행위의 문제가 이 상태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언론독과점 규제는, 언론내용에 대한 규제가 아닌 한, 다른 독과점 규제와 마찬가지로 엄정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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